"후쿠시마 어퍼컷 날린 인물" 김승호 WTO 등판하자 떠는 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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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의 WTO(세계무역기구)본부에서 열린 일반이사회에서 한ㆍ일 대표단이 수출 규제 문제로 공방을 벌인 다음날인 25일 일본 언론들은 관련 뉴스를 크게 다뤘다.

2000년대 '김 분쟁'때도 한국이 압도 #올해 후쿠시마 수산물도 日 역전패 #"한국은 제네바 호텔서 예행연습도" #화이트국가 배제에 3만건 의견 모여

TBS방송의 인기 와이드뉴스쇼 ‘히루오비’는 WTO에 급파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의 이력을 자세히 소개하며 한국 대표단의 면면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왼쪽)이 23일(현지시간)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 같은 날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 대사도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왼쪽)이 23일(현지시간)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 같은 날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 대사도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실장은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산물 금수조치 관련 분쟁에서 일본에게 역전패를 안겨준 장본인”이라고도 설명했다. 일본 대표단의 바로 옆자리에 앉은 김 실장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며 “가끔씩 웃음을 짓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있다’는 분위기가 읽혔다”고도 했다.

그만큼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의 패배가 일본에겐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셈이다.

일본 언론들을 상대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회의장내 분위기가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건 오히려 불안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일본측에선 ‘한국이 WTO에 제소를 하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WTO가 무대인 무역분쟁에선 ‘한국이 더 능력이 있다’는 주장도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한국에 당했던 과거 사례들을 소개했다.

닛케이는 “2004년 일본의 김 수입 제한 조치에 대한 한국의 WTO 제소때는 2년 뒤 일본이 김 수입량을 늘려주는 양보를 한 뒤에야 한국이 WTO 제소를 (겨우)철회했다”고 했다.

또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역전패와 관련해선 “1심에서 패소했던 한국은 최종심에서 이를 뒤집기 위해 정성스럽게 전략을 가다듬었다”면서 '한국은 최종심에 대비해 2주동안 꼼짝하지 않고 제네바의 호텔에 머물며 예행연습을 했다'는 WTO관계자의 증언을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국은 대규모의 로비 활동을 포함해 주도면밀하게 준비를 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WTO 분쟁 처리절차에 돌입하더라도 당장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닛케이는 “최종심판이 나올때까지 2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현재 미ㆍ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분쟁안건이 증가 추세이고, 상급위원회의 인원 부족 등으로 분쟁해결 기능이 사실상 정지되기 직전이라 시간이 더 걸릴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이날 아사히 신문은 “한국이 승리하면 자유무역과 안전보장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흔들릴 수 있고, 일본이 승리하면 안전보장 명목의 수출제한이 남용될 수 있다"며 "WTO의 판단에 맡길 게 아니라 서로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25일 오전 브리핑에서 전날 제네바에서 열린 WTO일반이사회와 관련 "WTO는 본래 다국간 자유무역에 관한 테마를 논의하는 장으로, 수출관리에 관한 논의엔 익숙하지 않다"며 "일본과 한국외의 가맹국에선 발언이 없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이번 조치를 WTO에서 거론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화이트국가 배제 코멘트 3만건"=한편 요미우리 신문은 수출 관리상 우대조치를 부여하는 화이트국가(안보우호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와 관련해 24일 종료된 일본 정부의
여론 수렴(퍼블릭 코멘트)절차에 무려 3만건이 넘는 의견이 취합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통상의 경우 수십건 정도에 불과한데, 3만건을 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90%이상이 한국을 제외하는 데 찬성하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휴가지인 도쿄 인근의 야마나시현의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요미우리TV 화면 캡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휴가지인 도쿄 인근의 야마나시현의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요미우리TV 화면 캡처]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휴가에서 복귀하는 30일 이후의 각의(우리의 국무회의)에서 관련 시행령 개정을 강행할 방침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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