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전문건설 노조원 1000여 명이 13일 오후 청원경찰의 저지를 뿌리치고 포스코 본사 건물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포스코가 짓는 공장.설비 분야 24개 현장의 공사를 맡은 기계.전기.토목 분야 60여 개 하청업체 소속 노조원들이다. 포스코 측은 "본사 건물이 시위대에 점거된 것은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노조원의 점거로 12층 건물 내 직원 600여 명이 모두 감금된 상태나 다름없다"며 "협상 대상도 아닌데 너무한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포스코 직원들의 퇴근을 저지한 데 이어 한 시간여 동안 저녁식사 반입마저 불허했다.
노조위원장 이지경(40)씨는 "포스코는 파업 현장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노조의 정당한 파업을 방해한 데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또 "파업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농성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건설노조가 사용자인 전문건설협회를 제쳐 두고 제 3자인 발주사 건물을 점거해 농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협회 기계 분야 박두균(60) 대표는 "노조가 제3자인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것은 명분 없는 행동"이라며 "점거를 풀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옥관리와 차량반.은행.비즈니스룸.섭외부.총무부 등이 있는 1~3층이 점거되면서 포스코는 고객 회사 관계자가 되돌아가는 등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엘리베이터(6대) 상당수가 운행 중단되면서 10, 11층 임원의 출입이 봉쇄되기도 했다. 노조원들은 이날 오후 11시께부터 사실상 감금 상태에 있던 직원들의 귀가를 허용했다.
포스코 측은 "파업으로 연말 완공 예정으로 신축 중인 파이넥스공장 등 24개 공장.설비공사가 완전 중단돼 하루 평균 1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임금 인상 15% ▶주 40시간제에 따른 토요일 유급휴무 ▶위험수당 1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며 4월부터 건설협회와 15차례 협상했으나 결렬되자 지난달 30일부터 제철소 7개 출입문에서 노조원 출입과 공사 현장 자재 반입 저지, 포항시내 가두 시위 등을 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 직원이 폭행당하거나 포스코 앞 6차로가 마비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건설노조는 제3자인 포스코를 상대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며 "불법시위자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포항=황선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