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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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역 전문건설 노조원 1000여 명이 13일 오후 청원경찰의 저지를 뿌리치고 포스코 본사 건물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경북 포항시의 포스코 본사가 하청업체 노조원들에게 점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30일부터 14일째 파업 중인 포항지역 전문건설 노조원 1000여 명은 13일 오후 2시20분쯤부터 포항시 남구 포스코 본사 건물에 진입했다. 이들은 경찰.청경의 제지를 뚫고 진입, 1~3층 로비.복도에서 연좌농성을 했다. 또 다른 노조원 1000여 명은 포스코 출입문 밖에 흩어져 농성을 했다.

이들은 포스코가 짓는 공장.설비 분야 24개 현장의 공사를 맡은 기계.전기.토목 분야 60여 개 하청업체 소속 노조원들이다. 포스코 측은 "본사 건물이 시위대에 점거된 것은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노조원의 점거로 12층 건물 내 직원 600여 명이 모두 감금된 상태나 다름없다"며 "협상 대상도 아닌데 너무한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포스코 직원들의 퇴근을 저지한 데 이어 한 시간여 동안 저녁식사 반입마저 불허했다.

노조위원장 이지경(40)씨는 "포스코는 파업 현장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노조의 정당한 파업을 방해한 데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또 "파업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농성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건설노조가 사용자인 전문건설협회를 제쳐 두고 제 3자인 발주사 건물을 점거해 농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협회 기계 분야 박두균(60) 대표는 "노조가 제3자인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것은 명분 없는 행동"이라며 "점거를 풀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옥관리와 차량반.은행.비즈니스룸.섭외부.총무부 등이 있는 1~3층이 점거되면서 포스코는 고객 회사 관계자가 되돌아가는 등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엘리베이터(6대) 상당수가 운행 중단되면서 10, 11층 임원의 출입이 봉쇄되기도 했다. 노조원들은 이날 오후 11시께부터 사실상 감금 상태에 있던 직원들의 귀가를 허용했다.

포스코 측은 "파업으로 연말 완공 예정으로 신축 중인 파이넥스공장 등 24개 공장.설비공사가 완전 중단돼 하루 평균 1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임금 인상 15% ▶주 40시간제에 따른 토요일 유급휴무 ▶위험수당 1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며 4월부터 건설협회와 15차례 협상했으나 결렬되자 지난달 30일부터 제철소 7개 출입문에서 노조원 출입과 공사 현장 자재 반입 저지, 포항시내 가두 시위 등을 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 직원이 폭행당하거나 포스코 앞 6차로가 마비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건설노조는 제3자인 포스코를 상대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며 "불법시위자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포항=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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