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혁신위 “손학규 당 윤리위 제소”…계파간 집안싸움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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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바른미래당 혁신위원들이 24일 손학규 대표가 혁신위 안건의 최고위원회의 상정을 거부하는 등 당헌·당규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손 대표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구혁모·김지나·이기인·장지훈 등 혁신위원 4명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손 대표는 당의 윤리규범 제3조 강령·정책 및 당헌·당규 준수 제2항 ‘당원은 당헌·당규에 따른 당원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손 대표는 혁신위의 결정 사항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무적으로 처리해야 함에도 이를 거부했다”며 “오늘 중으로 손 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는 혁신위 업무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혁신위의 지속적 요청에도 안건 처리를 회피했다”며 “혁신위 안건 상정과 관련한 당규 10조 2항은 ‘임의 규정’이 아닌 ‘강행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당 대표가 특별한 사유 없이 안건 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직무유기이자 당규 위반”이라며 “정당 운영의 중립성을 위반한 임재훈 사무총장도 같은 내용으로 제소하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 규정’ 10조 2항은 ‘최고위원회는 혁신위의 결정사항을 존중해 안건으로 상정하고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바른미래당은 혁신위원회 파행 사태로 당권파 대 비당권파의 내홍이 정점으로 치달으며 당 내부에서는 더는 내부 봉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은 나란히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오 대표는 회의 전 “손학규 대표의 권위와 리더십이 회복 불능의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최고위 불참을 알렸다.

앞서 하태경·권은희·이준석 등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은 지난 4월에도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한 달 넘도록 ‘최고위 보이콧’을 한 바 있다. 비당권파에 속하는 안철수계 의원들도 손 대표와 임재훈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혁신위 안건 상정을 거부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손 대표가 이날 새 윤리위원장에 안병원 전 국민의당 당무감사위원장을 임명하고, 유승민 의원의 당헌·당규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에 대해 당 내부에선 ‘치졸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당권파는 혁신위 1호 안건인 ‘지도부 검증안’은 최고위 상정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당을 혁신한다는 혁신위가 오히려 집안싸움만 격화시키는 불쏘시개로 작용하면서 당권·비당권파 사이 갈등만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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