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40대가 무너진다…고용시장 체감 한파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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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고용 시장에서 제조업과 40대의 추락이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시장의 주력 업종과 핵심 근로자 계층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돈이 안 돌고, 경제나 고용시장의 체감 기온도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올해 상반기 고용동향 특징 분석 자료를 24일 내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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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경활참가율, 실업률·실업자 동반 상승

이에 따르면 고용률(66.5%)과 경제활동참가율(63.2%)은 1999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취업도 잘 되고, 경제활동에 나서는 사람도 많다.

한데 실업자 수도 120만 9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6만 6000명 늘었다. 실업률도 4.3%로 고공행진 중이다. 취업자와 실업자가 동반 증가하는 모양새다.

이를 근거로 고용부 관계자는 "상반기 고용상황이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성·고령자, 서비스업이 고용시장 근근이 버텨

그러나 속살을 들춰보면 고용 사정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고용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여성과 고령자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한 덕이다.

여성 취업자는 6개월 동안 16만4000명 늘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취업자는 34만 5000명이나 증가했다. 이들의 고용이 많이 증가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 일자리 정책, 즉 세금을 뿌려 만든 일자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돈 투입이 멈추면 사라지는 일자리다.

여성·고령자의 취업 증가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은 서비스업의 약진이다. 보건복지 서비스분야에서만 16만 1000명 늘었다. 숙박음식업도 2만 5000명 증가했다. 이를 두고 고용부 관계자는 "경제 전체의 서비스화 트랜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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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만성적인 저고용 구조 나타나

반면 한국 산업을 이끄는 주력 업종인 제조업은 급전직하다. 올 상반기에만 10만 3000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 3000명 감소)에 비해 급브레이크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제조업에선 15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만성적인 저고용 상황에 접어든 모양새다. 비교적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의 부진은 고용의 질이 악화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제조업의 부진은 핵심 근로 계층인 40대의 고용 부진으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취업자가 16만 8000명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만 3000명 감소)의 두 배 넘는 감속 폭이다.

"주력인 제조업과 40대 부진으로 체감 고용 사정 악화"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제조업과 40대의 고용 부진으로 숫자(고용률, 경제활동참가율)는 늘었는데 체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제조업과 경제활동의 척추 계층인 40대가 잘 돼야 돈이 도는데, 그게 안 된다. 향후 고용지표 개선의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주력 산업이자 괜찮은 일자리인 제조업의 급락과 핵심 근로 계층인 40대의 추락으로 고용률이 높아져도 실제 체감 고용 사정은 악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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