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누이 모욕했다"… 지단 주장 "인종차별 발언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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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TV에 출연한 지단이 월드컵 결승전에서 마테라치를 머리로 들이받았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뒤로 지단이 마테라치를 머리로 받는 장면이 보인다. [파리 로이터=뉴시스]

"인종차별적 발언은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누이에 대한 모욕이 있었다."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13일(한국시간) 프랑스 TV 카날 플뤼에 출연한 지단은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이 마르코 마테라치(33.인터 밀란)의 거친 말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들과 팬들에게 사과한다"고 입을 뗀 지단은 "(마테라치가) 셔츠를 계속 잡아당겨 '원한다면 경기가 끝난 후 (셔츠를) 교환할 수 있다'고 말하자 어머니와 누이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했다"며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지만 마테라치가 계속해서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지단은 "그런 말을 듣느니 차라리 마테라치의 턱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마테라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욕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마테라치를 머리로 들이받은 것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란 점을 안다. 전 세계 20억 인구와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그 장면을 지켜봤기 때문에 나는 분명히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는 하겠지만 후회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후회한다면 마테라치가 옳았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테라치가 '이슬람 테러리스트'라고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부인했다. 지단은 알제리 이민 2세로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어감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만, 마테라치의 해명도 지단의 설명과 비슷한 면이 많다. 마테라치는 11일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단이 '내 셔츠를 갖고 싶으냐'며 지나치게 거만하게 굴었고, 나는 경기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욕을 했을 뿐"이라며 "인종차별적.종교적 발언이나 지단 어머니에 대한 모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누이에 대한 모욕'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진상조사를 공식 발표했으며, 블라터 FIFA 회장은 조사 결과에 따라 지단의 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을 박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단은 이날 방송에서 "진상조사를 위해 FIFA 청문회에 나갈 준비가 돼 있다"며 "결과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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