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과정 떳떳하면 왜 공개 안하나”…자사고 청문 비공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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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열린 재지정 탈락 자율형 사립고 청문회에서 관계자들이 청문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열린 재지정 탈락 자율형 사립고 청문회에서 관계자들이 청문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에 대한 청문을 진행 중인 가운데, 전북·부산에 이어 서울까지 청문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측에 평가위원 등에 대한 정보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청문까지 비공개로 이뤄지면서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청문을 진행하는 자사고는 숭문·신일·이대부고다. 전날 경희·배재·세화고 청문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교·법인 관계자들이 오전 9시30분부터 차례로 교육청을 찾아 담당자와 청문 주재자 앞에서 평가지표의 문제점을 소명(까닭이나 이유를 밝혀 설명하는 절차)하게 된다. 24일에는 마지막으로 중앙·한대부고가 나선다.

당초 서울 자사고와 학부모들은 공개 청문을 요청했지만, 교육청이 원만한 진행 등을 이유로 비공개를 결정했다.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회장(전 중동고 교장)은 “교육청이 청문을 공개하지 않는게 당당하지 않다는 증거”라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주장처럼 자사고가 시대적 소명을 다해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인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폐지하려는 것인지 언론과 국민 앞에서 낱낱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일 경기·부산·전북 등에서 자사고 지정취소 관련 청문을 실시했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된 경우는 없었다. 경기도교육청의 청문만 안산동산고 학부모 25명이 참석하는 등 제한적으로 공개됐고, 전북·부산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특히 해운대고에 대한 부산시교육청의 청문은 정보·청문 공개 등에 대한 학교 측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파행됐고, 23일 재개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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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청문 비공개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청문’은 행정기관이 어떤 처분을 하기 전에 당사자 등의 의견을 직접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절차다. 현행법에는 당사자가 공개를 신청하거나 청문 주재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사고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센 만큼 청문을 공개하고, 학교 측이 시교육청의 평가 결과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의 방식이 평가의 ‘깜깜이·불공정’ 논란을 키운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육청의 결정이 오히려 평가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며 “시작부터 논란이 많았던 만큼 학교 측 요구대로 공개 청문을 진행했어야 맞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자사고 재지정평가처럼 민감한 사안일수록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청문은 물론, 평가위원 등도 다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도교육청의 청문이 교육부의 동의를 받기 위한 ‘보여주기식’ 절차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지역의 한 자사고 교장은 “청문 첫날 학교 측이 평가지표의 문제점과 부당함을 얘기하는 동안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더라. 양쪽이 공방을 벌여 주재자가 문제가 있는 부분을 조사하는 청문의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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