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성장시대 경영전략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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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예상대로 상장사들의 올상반기 영업실적은 별로좋은 것이 못된다.
외형이나 순익이나 모두 그 신장세가 현저히 꺾여 각각 전년비 9%, 4.6%증가에 그쳤다는것은 지난 3년간 단맛을 보았던 「두자리수 성장」시절의 사고에서 정부·기업·근로자 할것없이 모두들 하루빨리 벗어나야 함을 일깨워준다.
더욱이 대출금리가 오르는 통에 앉아서 큰 이득을 본 은행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장사들의 순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오히려 5.9%나 즐어들었다는 사실은 실로 심각한 일이다.
이유야 어디 있건 기업들이 죄다 어러운 마당에 금리가 올라 은행들만 배를 불렸대서야 금리자유화고 뭐고 다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생겼다.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볼수 있는 구석이 없는것은 아니다.
순익면에서 업종별 명암이 확연히 갈려버린 것은 산업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자극제가 되기때문이다.
상반기중 섬유업종의 순익은 59%나 줄어든 반면 화학이나 운수장비 업종의 순익은 각각 36%, 41%씩이나 늘어났다는 것이 대표적인 보기다.
그러나 고통스럽지만 피할수 없는 그같은 구조조정의 신호속에서도 역시 걱정스러운 것은 수출신장세의 급격한 둔화다.
대표적인 내수업종인 제약업이 외형 14.3%, 순익 46%의 증가세를 기록한 반면 종합상사가 주축인 도·소매업의 순익증가세가 5%에 머물고 말았다는 것이 그같은 걱정을 뒷받침해준다.
개별기업별 실적을 들여다보면 한가지 걱정이 더 첨가된다.
바로 노사분규가 할퀴고 간 상처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금성사·동양나이론·금성전선·풍산금속·통일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올상반기중 적자로 반전해버리고 만것은 구조조정이나 수출부진이 아니라 노사분규에 그 원인이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올 상반기중 내내호황을 누렸던 가전사들중 금성사가 노사분규에 휘말려 적자를 면치 못한것은 우리들에게 적지않은 교훈을 준다.
어떻든 원화절상·임금인상등 구조적인 요인에다 노사분규라는 불규칙요인까지 겹쳤던 상반기의 실적이 좋게 나오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올하반기에 어느정도나 경제의 새살을 붙여가며 내년 이후에 대비하느냐는 것이다.
증권관계기관들의 분석이나 또 최근 새로 나온 KDI(한국개발연구원) 의 전망으로 보아도 올 하반기의 사정이 상반기보다 나아지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수출이나 재정지출등 우리 경제의 성장패턴자체가 하반기에 더 쏠려있는데다 노사분규도 올해는 일단 한고비를 넘겼고, 또 원화가 소폭이나마 절하의 기미를 보이는등 정부의 구조적인 조정노력도 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증권관계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대체로▲올해 전체로 상장사들의 외형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순익은 줄어들지는 않겠으나 신장세의 감소는 피할수가 없을 것이며▲화학·조립금속·산업전기업종은 호조를 보일 것이나▲섬유·의복·1차금속·도소매·운수창고업종은 저성장을 면치못할것이라는 견해들이다.
역시 앞서 말한 구조조정적인 요인이 계속 작용한다는 이야기인데,결국 실업의 충격을 즐이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위한 질적·양적인 투자촉진과 「한자리수 성장」시대에 걸맞은 정부·기업·근로자의 인식전환이 어느때보다도 필요하다는 「상식적인 결론」을 다시금 되새겨야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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