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추가 고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김 전 회장 사촌 동생이 가사도우미에게 최근까지 여러 번 합의를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6일 JTBC는 김 전 회장의 사촌 동생인 김모씨가 지난 5월 23일 가사도우미 A씨에게 보냈다는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아줌마 보세요”라는 말로 편지를 시작하며 “회장님께 국제전화로 상의 드렸더니 판사와 검사가 의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줄 수 있는 한 다 주라고 하셨다”고 했다.
또 “회장님 변호사들이 공탁금을 걸고 무고와 손해배상으로 고소하면 아줌마는 돈 주고 변호사를 써야 하고 설사 회장님이 유죄가 된다고 해도 손해배상액이 아줌마 수입이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보상액이 1000만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했다.
편지에는 “더 줄래야 더 줄 수 없는 금액 3억을 요구해서 대단히 답답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이에 대해 A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반박했다.
A씨는 “김씨가 편지 다섯통을 보내고 집까지 직접 찾아오거나 수시로 전화해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JTBC는 전했다.
김 전 회장 측은 “A씨가 추가로 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김 전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A씨에게 합의금을 줬는데 추가로 거액을 요구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가 제기한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합의된 관계였다”고 밝혔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별장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A씨로부터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지난해 1월 고소당했다. 김 전 회장은 그보다 앞선 2017년 9월에도 여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김 전 회장은 여비서 상습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진 지 2일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질병 치료를 이유로 2017년 7월 말 미국으로 출국한 그는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그의 여권을 무효로 하고 그를 지명수배하는 한편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지난해 5월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 성폭행 건과 여비서 성추행 건 모두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보낸 상태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