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지난 한주간 최고 13%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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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 4일 반도체 소재 3종(불화수소ㆍ포토레지스트ㆍ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D램ㆍ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도시바 공장 정전 사태 등과 맞물리며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현물 가격은 지난주 3.26달러로 거래를 마치면서 일주일 전(3.03달러)에 비해 7.6%나 올랐다.

DDR3 4Gb 현물가, 주간 상승폭 12.7%

상대적으로 저사양 제품인 DDR3 4Gb 현물가는 지난 12일 1.60달러를 기록하면서 주간 상승폭이 무려 12.7%에 달했다. 지난 10일 3.5% 오른 데 이어 11일과 12일에도 각각 4.7%, 3.9% 상승했다.

이와 함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와 USB 드라이브에 사용되는 64Gb MLC(멀티플 레벨 셀) 낸드플래시 제품 현물 가격은 2.42달러로, 일주일 전(2.35달러) 대비 2.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3D 256Gb TLC(트리플 레벨 셀) 낸드플래시 가격은 2.94달러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번에 가격이 반등한 현물가의 경우, 대표성이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현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D램은 대부분 PC용 D램으로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다. 대형 IT업체들이 서버용 D램, 모바일용 D램을 사들일 때 적용하는 가격은 ‘고정 거래가’로 한 달에 한 번 집계된다.

한·일 긴장에 따른 가수요 발생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끼치는 실제 영향과 관계 없이 수요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삼성전자의 PC용 메모리 제품인 ‘DDR4 8기가 PC4-21300’ 정품 가격이 2만 원대에서 하루 만에 3만 원대로 급등했다”, “D램 재고가 떨어져 주문 제품의 발송이 안 된다” 같은 글이 올라왔다. 시장의 불안 심리에 기대 일종의 투기적 수요(가수요)를 자극하는 행위로 보인다.

최근 일본 도시바(東芝)의 욧카이치(四日市) 공장 정전에 따른 생산라인 가동 중단 등의 외부 요인도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반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AMD의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에 따른 PC교체 수요, 5G(세대) 이동통신 보급 확산 등의 요인도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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