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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꽃파는 아파트'와 전쟁···"여성 도우미, 돈주면 뭐든 다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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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비밀 노래방에서 춤 추고 있다. [사진 자유아시아방송]

북한 주민들이 비밀 노래방에서 춤 추고 있다. [사진 자유아시아방송]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추모기간 동안 사회 기강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였던 지난 8일 밤 북한 당국이 유흥업소로 소문난 평안남도 맹인 공장 아파트를 기습해 다수 여성이 ‘사상범죄자’로 몰려 끌려갔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 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은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8일 밤 보안원들이 ‘꽃 파는 아파트(유흥업소)’로 소문난 맹인 공장 아파트를 불시 단속했다”며 “김일성 추모의 날에 매춘행위를 단속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2인 1조 보안원들은 5층짜리 맹인 아파트를 층별로 맡아 기습 단속했는데 남녀 합해서 15명 정도가 단속에 걸렸다”며 “20~30대의 매춘 여성들과 돈푼이나 만지는 기지장들과 장거리 운전수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남성들의 경우 단속 보안원들에게 뇌물을 건네 빠져나가고 젊은 여성들만 사상범죄자로 끌려갔다”면서 “여성들이 남성들을 유혹했기에 매춘 주범은 여성들이라는 게 보안원의 설명이었다”고 했다.

그는 “여성들만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민들이 ‘왜 여자만 범죄자로 몰아세우느냐’며 보안원들에게 대놓고 항의했다”고 덧붙였다.

맹인 공장 아파트는 맹인 공장에서 일하는 영예군인들과 공장에서 사고로 장애를 입은 이들에게 배정된 살림집이다. 시각장애인인 맹인 공장 노동자들은 월급과 배급을 못 받고 장사도 할 수 없어 가난하게 살아가는 최하층민이다.

평안남도의 다른 소식통은 “몇 년 전부터 지방 도시에서 매춘이 성행하더니 살림집을 매춘 장소로 임대하고 돈 버는 주민도 생기기 시작했다”며 “가난한 맹인 공장 사람들 역시 생활고 탓에 살림집을 매춘 장소로 빌려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은 매춘 여성과 남성을 알아보지 못해 비밀이 보장된다는 소문까지 나면서 맹인 공장 아파트가 전문 매춘 장소로 전락한 것이다.

RFA는 지난 4월 북한 당국의 단속으로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노래방·주점 같은 유흥업소가 도시 중심가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요즘 혜산에 노래방, 술집, 숙박업소 등 술과 유흥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업소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며 “이런 업소는 간판 없이 평범한 가정집처럼 꾸며 당국의 눈을 피해 영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당국의 묵인 아래 운영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래방이나 주점에서 손님이 요구하면 젊은 여성 도우미까지 불러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들 여성 도우미는 돈만 주면 어떤 행위도 마다치 않아 매매춘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평양 등 웬만한 도시에는 노래방·비디오관람장 같은 유흥업소가 속속 생겨 활발히 운영됐다. 그러던 중 자본주의 온상이 사회를 좀먹는다는 이유로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이들 유흥업소 모두 문 닫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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