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 … 블룸버그 "그린스펀 정책수완 뛰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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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버냉키.후쿠이.트리셰 Vs 그린스펀'.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현직 3대 중앙은행 총재가 이미 퇴임한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늘 모호한 수사를 사용했지만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며 세계경제를 움직였던 그린스펀과 달리 현역 3인방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벤 버냉키 FRB 의장,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을 이같이 비교하며 그린스펀의 정책수완을 새삼 부각시켰다.

이에 따르면 버냉키는 올 3월 취임 이후 금리인상과 금리동결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직설적인 화법을 쏟아냈다. 4월 18일 금리인상 종료 가능성을 언급한 버냉키의 발언을 기록한 의사록이 공개되자 다우지수는 올 들어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3주 후 그가 금리인상을 언급하자 폭락세로 돌아섰다. 그는 또 지난달 5일과 15일엔 불과 열흘 새 '금리인상 시사→인플레 우려 감소'로 입장을 바꾸며 뉴욕 증시를 식혔다 달궜다 했다. 한 조사기관은 버냉키의 엇갈린 발언이 채권수익률을 0.15~0. 2%포인트 올려놨다며 이를 '버냉키 리스키'라고 명명했다.

또 트리셰 ECB 총재는 6일 "인플레에 대해 매우 경계하고 있다"며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암시해 유로화를 끌어올리더니 다시 말을 바꿨다. 발언 직후 유로화는 급락했다. 후쿠이 일은 총재도 6월 20일 제로금리 포기를 언급했다가 며칠 후 취지가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이후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과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경제재정담당상이 금리 인상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피력하면서 엔화 가치는 춤을 췄다.

반면 그린스펀은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 등의 완곡한 표현을 골라 쓰며 시장 혼란을 최소화했다. 이게 '그린스펀 화법'으로 불리며 각광을 받았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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