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페북코인 리브라, 금융시장 불안 요인 될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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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공개한 리브라(Libra) 로고 [연합뉴스]

페이스북이 공개한 리브라(Libra) 로고 [연합뉴스]

페이스북이 개발한 암호화폐 ‘리브라’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8일 ‘리브라 이해 및 관련 동향’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금융위의 공식의견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리브라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 섞인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 안정성 갖춘 암호화폐

리브라는 2020년 페이스북이 출시할 예정인 암호화폐다. 비트코인과 달리 허가형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다. 비자·이베이·우버 등 28개사가 참여한 리브라협회가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구조다. 가격변동성이 제한된다는 점도 비트코인과는 다른 점이다. 여러 통화로 구성된 은행 예금 등 실물자산에 연동해 가치가 보장된다.

고객들은 리브라를 사서 전자지갑으로 보유하다가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쓸 수 있다. 송금과 온·오프라인 상거래 등 경제생활 전반에 쓰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리브라 회원사인 이베이에서 물건을 사거나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면 법정통화가 아닌 리브라로도 대가를 지불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위는 자료를 통해 “가격변동성 등 기존 가상통화(암호화폐)의 문제를 해결해 현재 어떤 가상통화보다도 상용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너무 커질까 걱정

문제는 리브라가 자칫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리브라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부분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4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은행예금의 10분의 1만 리브라로 바꿔도 리브라 적립금은 2조 달러를 초과한다. 이 정도면 은행이 지불능력 하락으로 휘청할 뿐 아니라 해외로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가 신흥국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리브라의 존재가 위기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금융위는 자료에서 “금융위기 시 법정화폐에서 리브라로 자금이 쏠리는 일종의 뱅크런이 발생하면 위기가 심화된다”며 “리브라로의 자유로운 환전과 신속한 해외송금은 국제자본이동과 관련한 정책적 대응능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페이스북은 이미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바 있다. “페이스북의 소셜데이터와 금융데이터가 결합돼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금융위 지적이다. 페이스북은 자회사 칼리브라를 통해 금융데이터를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각국 정부는 우려스러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와 관련한 각국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추진 중이다. 아울러 미국 상원과 하원은 이달 16~17일 리브라 프로젝트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주요 7개국 G7의 의장국인 프랑스도 리브라 같은 암호화폐가 자금세탁방지법, 소비자보호법 같은 규제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조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금융당국이나 한국은행이 리브라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다만 이날 금융위는 “지난 6월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FATF)가 가상통화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국제기준을 확정했다”며 “국제기준 이행을 위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특금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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