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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유정 체포영장 기각했다" VS "시신확보 지연과는 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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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정당방위…최강 변호인단 꾸려

고유정의 과거(왼쪽)와 현재 얼굴. 왼쪽은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고유정의 대학교 졸업사진이다. [독자제공]

고유정의 과거(왼쪽)와 현재 얼굴. 왼쪽은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고유정의 대학교 졸업사진이다. [독자제공]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을 경찰이 하루 먼저 체포할 수 있었으나 검찰의 영장기각으로 지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40일이 넘도록 시신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초동수사가 미흡해 시신을 수습할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왔다.

검찰, 5월 30일 경찰의 체포영장 기각 #시신훼손 후 청주 집 가기전 체포 지연 #검찰, "소명부족"…"시신확보와 무관" #고유정은 재판준비…변호인 5명 선임

제주동부경찰서는 4일 “고유정이 전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한 후 닷새째인 5월 30일에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강씨의 실종상태가 지속되자 체포·감금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강씨의 실종 상태가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당시 검찰은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은 기각하고, 고유정의 자택인 충북 청주 아파트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만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이 영장을 기각한 시점은 제주를 빠져나온 고유정이 아버지 소유의 경기도 김포 아파트에서 시신이 담긴 종량제봉투를 버리던 상황이다. 이날 검찰은 5월 30일 오후 7시께 신청된 영장을 이튿날인 5월 31일 0시31분께 기각했다.

당시 고유정은 김포 아파트에서 시신을 2차로 훼손한 뒤 30일 10시54분과 31일 오전 3시20분에 2차례에 걸쳐 봉투를 유기했다. 이후 고유정은 청주시의 자택까지 이동한 뒤 이튿날인 6월 1일 오전 10시30분에 긴급체포됐다. “검찰이 영장을 기각하지 않았다면 하루 정도 일찍 고유정을 체포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건 실체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체포영장 기각으로 김포에서 체포할 수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주지검은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기록을 검토한 결과 체포는 신중히 하되 청주 아파트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은 인정돼 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체포영장이 기각되면서 시신 확보가 지연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체 은닉은 5월 28일 제주에 이어 5월 30일에는 청주가 아닌 김포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영장기각으로 인해 시신확보가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고 했다.

고유정과 고유정이 범행도구 및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종량제봉투를 버린 제주의 클린하우스. [중앙포토]

고유정과 고유정이 범행도구 및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종량제봉투를 버린 제주의 클린하우스. [중앙포토]

고유정, 생명과학 전공 변호인 등 선임 

이와 관련, 고유정 측은 강력한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고유정 측은 법률사무소 '율현'에서 2명, 법무법인 '금성'에서 3명 등 변호인 5명을 선임했다. 고유정의 변호인단에는 형사소송법 관련 논문을 다수 작성한 경력의 형사단독 판사 출신과 생명과학을 전공한 변호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이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를 받는 만큼 검찰의 증거를 반박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고자 전문 변호인단을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정봉기)에 따르면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 사건의 공판준비기일이 오는 15일 오전 10시30분으로 잡혔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검찰과 변호인이 미리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절차다.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고유정은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 준비기일에 합의를 거쳐 1차 공판 일정이 정해지면 이날은 고유정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고유정이 구속된 후 자신의 신체에 대해 증거보전을 신청한 만큼 준비기일에서도 변호인 측은 정당방위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고유정이 전남편 강씨를 살해하기 전 범행 도구를 미리 구입하고 졸피뎀을 준비해 관련 검색도 한 점에 비춰 계획적인 범죄로 보고 있다. 고씨가 범행 자체는 시인하는 만큼 살인죄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직접 증거인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유정은 5월 25일 제주도 한 펜션에서 2년 만에 친아들(5)을 만나러 온 전남편 강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기소됐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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