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체벌 교사 욕하지만, 부모가 더하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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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군산 초등교사 체벌 동영상' 파문 이후 또다시 체벌 논란이 불거졌다. 교사의 체벌을 '사랑의 매'로 해석하는 문화는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진 듯하다. 저마다 학창 시절 자신이 경험했던 교사의 폭언과 폭력을 기억해 내며 분노하는 분위기다. '내 아이가 당한다면…'이란 상상만으로 몸서리치는 부모도 상당수다.

그런데 최근 사회복지법인 세이브더칠드런(www.sc.or.kr)에서 흥분한 부모들이 꼭 기억해야 할 통계를 내놨다. 국내 어린이 1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체벌 가해자로'부모'를 꼽은 응답자가 45.5%로 가장 많았고, '선생님'은 23.8%로 그 뒤를 이었다는 것. 체벌이 이뤄지는 장소도 '집(61.0%)''학교(26.9%)''놀이터(2.7%)' 순으로 조사됐다. 부모 자신이 체벌 가해자가 아닌지 먼저 돌아봐야 할 형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이 버릇은 어떻게 고쳐야 한다는 말인가. '현명한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는다'(샘터), '친절한 육아책'(이레), '꾸중은 꾸중답게 칭찬은 칭찬답게'(학지사) 등 육아서를 참고해 그 해답을 구해봤다.

# 체벌, 시작을 하지 마라

체벌의 속성은 점점 강해진다는 것이다. 매를 사용하면 아이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은 즉각 중단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중단일 뿐 매에 대한 아이의 내성은 점점 강해지고 결국엔 부모의 회초리 드는 횟수만 잦아지게 된다. 매를 맞는 아이는 왜 매를 맞게 됐는지 이유를 생각하기보다 '아프다''엄마가 밉다'등의 감정을 갖게 마련이다. 결국 부모와 자녀의 관계만 나빠지는 것이다.

또 아이가 커가면서 체벌의 효과는 점차 줄어든다. 아이의 반발이 커져 가출이나 자살 등 극단적인 결과로 갈 위험만 커진다. 어차피 효과도 없이 부작용만 낳게 될 체벌. 시작부터 안 하는 것이 좋다.

# 분노가 치밀 땐 입을 다물어라

말로 야단칠 때도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무엇 때문에 야단맞고 있는지 ▶앞으로 야단맞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이가 분명히 알 수 있도록 야단친다. 아이가 위축되지 않게 야단치려면 '샌드위치 법'이 유용하다.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말 앞뒤로 아이가 잘한 일을 이야기하는 방법이다. "늘 방을 깨끗이 치워 고맙구나"→"그런데 아까는 왜 동생을 때렸니?"→"너처럼 늘 열심히 하는 애가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무슨 사정이 있어서일 텐데, 괜찮다면 얘기해주지 않겠니?" 이런 식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완벽한 이론도 흥분한 부모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화가 치밀어 "넌 생각 자체가 글러먹었어" 등 아이 인격에 손상을 주는 말이 튀어나올 위험도 크고, 야단치는 시간이 적정시간 '1분'을 넘기기도 쉽다. '폭력'으로 이어질 위험 역시 커진다. 이럴 땐 부모가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급선무다. 아이의 장래를 위해 '훈육'보다 '심호흡'이 약인 경우도 많다.

# 야단쳐선 안 되는 아이가 있다

야단칠 때는 아이의 성향을 고려해 그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자신감 있고 긍정적이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 성격이 털털하고 느긋한 아이는 야단쳐도 괜찮다.

반면 소심하거나 고집쟁이 아이는 야단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야단을 쳐도 "흥, 어차피 난 못된 놈인걸"이란 식으로 반발하는 아이는 실제로 마음이 약해 다른 사람보다 쉽게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하고 뻗대는 식으로 행동하다 보니 다른 사람보다 두세 배 더 심하게 야단맞기 십상이다. 이런 아이는 사정을 듣고 타이르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야단보다 더 효과적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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