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인수해 회삿돈 수백억원 유용, 밀항까지 시도한 ‘기업사냥꾼’ 일당

중앙일보

입력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한 후 수백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유용한 ‘기업사냥꾼’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화진 자금 이용해 '기업사냥 돌려막기' 범행 #피해 회사들, 상장폐지나 수백억원 누적손실 #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 오현철)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 등으로 코스닥 상장 자동차 부품업체 화진의 전 대표 A씨(50)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17년 7월 화진을 무자본 인수한 후 약 460억원의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화진은 대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며 연 매출 775억원, 순이익 55억원(2016년 기준)을 기록한 중견 회사였으나 이들의 범행으로 인해 2017년 4분기에만 172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화진은 2018년 11월 상장폐지 의결이 됐으며, 지난해 12월부터 1년간 개선 기간이 부여된 상태다.

A씨 등은 대여 혹은 투자 명목으로 화진의 자금을 빼돌려 또 다른 상장사들을 무자본 인수하며 ‘기업사냥 돌려막기’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2016년 4월 무자본 인수한 다른 상장사들에 화진의 자금 90억~111억원을 부당 지원했다. 회자 자금을 무담보로 대여하는 것이었지만 별도의 투자금 회수 방안은 없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A씨 등은 코스닥 상장사 4개, 비상장사 1개를 지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해 무자본으로 '기업사냥' 사건을 저지른 화진 전 경영진 A씨 등의 범행 개요도. [서울남부지검]

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해 무자본으로 '기업사냥' 사건을 저지른 화진 전 경영진 A씨 등의 범행 개요도. [서울남부지검]

검찰 관계자는 “이처럼 무자본으로 인수된 회사들은 상장폐지 의결(개선 기간 부여), 관리종목 지적, 수백억원의 누적손실을 입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2017년 10월쯤 화진의 주가가 하락하자 A씨 등은 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 약 280억원 상당이 반대매매로 처분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화진이 보유한 수소 원천기술을 이용해 고감도 수소 감지센서 등을 출시할 것’이라는 등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액수 미상의 무당 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도로 A씨 등은 올해년 1~2월 2회에 걸쳐 화진이 보유한 시가 20억원 상당의 주식을 개인채무 변제를 위한 담보 등으로 임의 사용한 혐의(횡령)를 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범행에 가담했던 화진의 전 부회장 B씨(49)는 지난해 4월 경남 거제에서 중국 산동으로 밀항을 시도하던 중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검찰은 앞서 B씨의 혐의를 확인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그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은 이 사건 전후에도 여러 건의 무자본 기업인수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하는 등 기업사냥꾼들이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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