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50주년 에세이 공모] 학생부 장려상 김태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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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미군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촛불시위의 열기가 전국을 뜨겁게 달궜었다. 죽어간 여학생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고를 낸 주한미군을 비난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반미를 외치는 시위대로까지 변모했었다.

내가 주한미군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는 그들이 우리를 지키기 위해 이 땅에 와있다는 것과, 미군 훈련장 주변의 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정도였지만, 미군들이 우리를 위해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며 살았었다.

그런데 이 번 촛불 시위와 함께 주한미군 철수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그 동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렇지 않고서야 시위 현장에서 미국 국기를 불태운 것도 모자라, 그 먼 백악관 앞에까지 날아가서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고 외쳐 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같은 의문이 생긴 다음부터, 나는 기회가 닿는 대로 미군 관련 신문기사나, TV 대담 프로그램 등을 꼼꼼히 챙겨보게 되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주한미군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여러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긴 하지만, 그들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미군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도 대부분은 그들의 훈련장과 민간인 거주지역이 워낙 가까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된 것들이었고, 지난 번 장갑차 사고처럼 미군 측의 부주의로 발생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와 같은 사실들을 알아가는 동안 한 가지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미군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을 경우,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그에 따른 손해도 거의 전적으로 혼자서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도 모두가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닐까?”

미군으로 인한 피해자들은 미군이 주둔하기 훨씬 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그곳에 계속 머물면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이 대대로 살아온 생활터전을 버릴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그들도, 우리나라에 미군이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다른 지역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았을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주한미군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니라, 미군이 이 땅에 존재함으로써 생기는 이익은 나눠가지면서도, 그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해온 우리 모두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두 여중생이 당한 사고를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보게 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우리의 무관심을 반성하기보단, 남 탓만 하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지난날의 무관심을 반성하는 것은 물론 그와 같은 피해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같은 일은, 사실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우리가 조금씩만 정성을 모아도 되고, 아니면 주한미군으로 인해 절감되는 국방비의 일부라도 미군 훈련장과 마을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완전히 분리시키거나, 그곳 주민들이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서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으로 인한 이익도 피해도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나눌 때, 억울하게 숨져간 두 여중생의 영혼도 편히 잠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하기 때문에 생기는 불가피한 피해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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