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국가 중에 "개혁" 가장 앞서|개인기업 허용·주식시장도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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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헝가리 사회주의 노동자당(공산당) 의장 레지에 니에르스가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앞으로 헝가리의 장래에 관한 중요한 시사로 보인다.
동유럽 국가 중 가장 개혁에 앞서 나가고 있는 헝가리는 그 동안 정치·경제적으로 과감한 개혁을 실시해왔다. 동유럽 최초의 복수정당제 허용, 개인기업 허용 및 주식시장설치, 그리고 내년도 복수정당제에 의한 자유선거 실시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중요한 근본적인 변화는 앞으로 헝가리가 동유럽 블록에서 벗어나 서방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의지가 극적으로 나타난 것은 지난 6월 16일 56년 헝가리사태 당시 수상이었던 임레 나지의 개장식이었다.
헝가리 국민의 전체의지가 결집된 이 행사에서 헝가리정부는 56년 사태를 반혁명이 아닌 「인민봉기」로 규정하고 당시 희생자들을 국민영웅으로 선포했다.
당시 나지 수상은 헝가리의 바르샤바 조약기구 탈퇴, 중립화를 선언했다가 소련군의 침공을 받았다.
헝가리 정부가 이처럼 56년 사태를 긍정적으로 공식 평가한 것은 30년에 가까운 역사적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앞으로 헝가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헝가리 개혁파의 선봉으로 내년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 후보로 결정된 임레 포츠가이 국무상은 최근 한 서방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헝가리가 나아갈 방향을▲정치적으로 복수정당·자유선거·독립된 사법부·자유언론▲경제적으로 자유기업체제와 EC가입▲외교적으론 동과 서의 중간에 위치한 중립이라고 밝힌바있다. 포츠가이는 그러나 헝가리가 중립화되기 위해선 동서 강대국의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그의 강대국 보장주장은 니에르스 당의장이 밝힌 바르샤바조약 계속 잔류의사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보겠다.
한편 헝가리의 중립화 추진을 바라보는 서방측 전문가들은 헝가리의 동유럽이탈을 역사적 필연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로 현재 동유럽 블록을 지탱하고 있는 4가지 기본 골격인▲바르샤바 조약기구▲코메콘(동유럽 상호경제원조회의) ▲공산당 일당독재▲사회주의 경제원칙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급격한 변화가 갑작스레 오리라곤 볼 수 없다. 누구보다도 헝가리인 자신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들은 56년 나지 정부가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다가 하루 아침에 소련군의 탱크에 짓밟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또 헝가리 국내에서도 보수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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