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퍼컴퓨터 개발 中 군산복합체 정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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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로부터 블랙리스트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수퍼컴퓨터 개발 회사 중커수광 제품. [중커수광 SNS]

미국 상무부로부터 블랙리스트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수퍼컴퓨터 개발 회사 중커수광 제품. [중커수광 SNS]

미국 정부가 통신업체 화웨이(華爲)에 이어 수퍼컴퓨터 개발을 주도하는 중국판 군산복합체를 정조준했다.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국가 안보와 외교 이익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수퍼컴퓨터를 개발하는 중국 기업과 연구소 등 5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오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로운 압박카드로 보인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중국 중앙방송(CC-TV)은 22일 메인뉴스 평론에서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의 공급체인을 끊어 중국의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 동력을 약화하려는 목적”이라며 비난했다.
미 상무부는 21일 발표에서 중국의 중커수광(中科曙光, Sugon), 강남 계산기술연구소, 하이광(海光), 청두(成都) 하이광집성전로설계공사, 청두 하이광미전자기술유한공사 등 5곳을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시켰다.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이들 업체에 대한 부품 판매가 금지돼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제재다.
24일(현지시간) 정식 공개될 상무부 보고서는 “중커수광, 강남계산기술연구소, 국방과기대 3곳은 엑사급 고성능 컴퓨터 개발을 주도했다”며 “강남 계산기술연구소는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56연구소 소속으로 중국군 현대화 지원이 주된 임무”라고 적시했다. 미국이 핵무기와 미사일 방어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수퍼컴퓨터를 겨냥했음을 명시한 것이다.
56연구소는 1951년 장쑤(江蘇)성우시(無錫) 타이후(太湖)변에 설립됐다. 1996년 초당 3849억 회 속도로 연산이 가능한 수퍼컴퓨터 선웨이(神威)를 개발했다. 당시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연구소를 찾아 “과감한 혁신으로 세계 컴퓨터 기술의 정상에 오르라”고 격려했다. 시진핑 정권이 강조하는 ‘군민융합’ 정책을 선도하는 연구소로 유명하다. 홍콩 동방일보는 23일 “중커수광은 국방과기대와 함께 초당 100경 회 연산이 가능한 엑사급 수퍼컴퓨터를 개발 중”이라며 “이르며 내년에 완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커수광은 중국과학원 산하의 상장 회사로 2010년 슈퍼컴퓨터 싱윈(星雲), 톈허(天河) 1호와 2호 등을 개발해 세계 수퍼컴퓨터 순위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자회로 제조사인 하이광의 소유주로, 하이광이 보유한 청두 하이광집성전로설계공사, 청두 하이광미전자기술유한공사의 실질적 지배회사이기도 하다. 지난 5월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 제재를 받은 통신 기업 화웨이 역시 인민해방군을 퇴역한 런정페이(任正非·75) 회장이 군부를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번 제재는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국제학부) 교수는 “상대의 숨통을 끝까지 조이는 트럼프식 협상 스타일”이라며 “중국에 더 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또 다른 압박이 오사카 회담 직전까지 추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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