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이란 핵 등 엇박자…껄끄러운 부시·푸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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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북한 미사일, 이란 핵, 이라크 전쟁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손발이 맞는 게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담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 미리 만나 식사를 함께한다. 그러나 두 정상이 이날 맘 편히 얼굴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시 입장에선 러시아가 이란 핵 제재에 미온적인 게 불만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부정적인 것도 거슬린다.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불쾌하다.

푸틴도 미국이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우선 딕 체니 부통령 등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계속 러시아의 민주주의 퇴보를 걸고 넘어지는 게 기분 나쁘다. 미국이 러시아의 주변국들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끌어들이려는 것도 불안하다. 특히 부시가 평소 푸틴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미헤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을 5일 백악관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하면서 격려한 것은 그냥 넘기기 어려운 일이다.

두 정상의 관계가 처음부터 냉랭했던 것은 아니다. 5년 전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제법 죽이 잘 맞았다. 부시는 푸틴을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며 "블라디미르의 눈을 보면서 그의 영혼을 읽었다"는 말까지 했었다.

그러나 최근 CNN 방송의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한 부시는 "푸틴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동안 달라진 양국 관계를 바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양국은 이번 G8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미국은 당연히 북한.이란 문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에너지 부국 러시아는 자원 안보 문제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길 바란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사라 멘델슨 선임연구원은 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견해 차이가 심각하다"며 "전문가들은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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