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지하철 셔틀버스 불편·사고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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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27일 오전 11시 대구지하철 동대구역 매표소 앞. 50대 후반의 여성이 역무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지하철공사가 셔틀버스 이용법을 제대로 안알려 승차권을 다시 사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상인역에서 안심역까지 가려던 이 사람은 교대역을 나오면서 '환승 비상통로' 대신 지하철 승차권을 개집표기에 넣는 실수를 한 것. 승차권은 목적지인 안심역에서 넣어야 하는데 잘못한 것이다.

그는 "지하철 참사를 내고도 시민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며 언성을 높였다. 결국 그는 승차권 한장을 받아 안심역으로 떠났다.

실랑이 와중에도 역을 나오던 시민들은 쉴새없이 역무원에게 셔틀버스 이용법을 물었다.

양손에 짐을 든 김혜정(43.주부.부산)씨는 "역 지하 매표소까지 내려가 승차권을 사고 셔틀버스표를 받아 다시 지상에서 셔틀버스를 타는 것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중앙로역 사고 이후 3월부터 운행중인 교대~동대구역간 셔틀버스가 이용객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어떻게 표를 구하고 셔틀버스를 타는지 몰라서다.

동대구역이나 교대역에서 시내 방향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지하철 매표소에서 승차권을 구입하고 버스표를 받아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지하철 승차권을 구입한 시민에게만 셔틀버스표를 나눠 주기 때문이다.

동대구역 역무원 이상문(39)씨는 "하루 수백명이 셔틀버스 이용법을 문의하고 승차권을 개집표기에 잘못 넣기 일쑤"라고 털어놨다.

시민들은 동대구역 지상에 셔틀버스표를 구하는 위치를 표시해 놓았지만 지상에서 지하철 승차권을 함께 파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모(52)씨는 "노약자나 장애인 등을 위해 지상에 안내원을 배치하고 지하철 승차권을 파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14대가 6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셔틀버스 이용객은 하루 1만2천~1만3천여명. 이 셔틀버스가 낡고 지저분한 것도 문제다.

한 셔틀버스는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바닥은 더덕더덕 기워져 있었다. 시트도 더러웠다.

버스회사 관계자는 "곧 폐차할 차"라며 "지난밤 브레이크 계통에 고장이 나 수리한 뒤 몰고 왔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셔틀버스에 대해 대당 하루 평균 36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회사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폐차 직전의 낡은 예비차를 투입하고 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지상에서 셔틀버스표를 나눠 주면 무임승차가 많아지는 데다 지하철 승차권 구입을 확인하는 개집표기를 설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낡은 셔틀버스는 개선을 지도하고 있다는 것.

교대~동대구역간 셔틀버스는 중앙로역 무정차 통과가 실시되는 10월 하순까지 운행될 예정이어서 시민들의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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