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단체섹스관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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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본의 한 건설회사 직원 2백여명이 최근 중국에서 일으킨 '집단 섹스 파티'파문은 일본 문화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흔히 일본인들의 속성을 '세켄(世間)'이란 단어와 '빨간 신호등이라도 모두 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다'는 문장으로 표현한다. '세켄'이란 '자기가 속한 사회'란 뜻이다. 세켄 속에 있을 때는 내부 구성원들을 의식해 규칙도 잘 지키고 모범적으로 생활한다.

규칙을 벗어나면 심한 규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켄을 벗어나면 남을 아랑곳하지 않고 규칙도 쉽게 어긴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빨간 신호등이라도~'는 '잘못된 집단주의'를 지적하는 말이다.

이번 '집단 섹스 파티 파문'에서도 이런 문화가 새삼 묻어난다. 일본 내였더라도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물론 비싸기 때문에 엄두도 못 냈겠지만, 할 수 있다 해도 일본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세켄(일본)'의 범위를 벗어난 중국에서 그릇된 집단주의가 함께 가세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일본 단체관광객들이 1970~80년대 한국과 동남아를 무대로 한 '매춘 관광'도 그랬다.

물론 해당 기업은 '집단 매춘'을 부인하고 중국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일어났을 개연성이 높고, 기업 측도 최소한 '개인적으로 벌어졌을 가능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 매춘'까지 벌어졌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기업 주도로, 외국에서, 현지 접대부를 2백여명씩 불러 흥청망청 놀았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당 기업 직원들이 "같은 시기에 다른 일본 기업 사원들은 더 재미있게 놀았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이런 일은 꽤나 자주 벌어지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

물론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일본인을 추악한 사람들로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아가 매춘 관광은 일본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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