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축구 '大朴' 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동북고와 청구고가 추계 중.고축구연맹전 고등부 결승전을 벌인 지난달 29일 속초종합운동장. 1-1 동점이던 전반 36분 청구고 10번이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곧이어 청구고가 한 골을 넣어 2-1로 전반이 끝났다. 그런데도 경기를 지켜보던 강릉농공고 신동철 감독은 "10번이 빠졌으니 청구가 졌어. 동북이 운이 좋네"라고 말했다.

신감독의 '예언'대로 동북고는 후반에만 4골을 몰아 넣어 5-2로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청구고 10번 박주영(18)은 12골로 득점상을 받았다. 7경기에 12골이니 경기당 2골 가까이 넣은 셈이다.

박주영은 올해 고교 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그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올해 4개 전국대회의 득점상을 독식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는 박주영은 골만 잘 넣는 게 아니다. 전문가들은 "박주영은 축구를 알고 한다. 어린 나이에도 볼을 정말 쉽고 여유있게 찬다"고 입을 모은다. 1m82cm, 70kg의 균형 잡힌 체격에 드리블.패스.슈팅.헤딩 등 기본기가 제대로 돼 있다.

오는 11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이달 중순 소집할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도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

박주영을 키운 지도자는 청구고의 변병주(42)감독이다. 변병주가 누구인가. 차범근으로부터 국가대표 11번 유니폼과 라이트윙 자리를 물려받아 1980년대 한국축구를 주름잡았던 '총알'이다.

올해로 3년째 모교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변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 MVP 김동현(19.오이타 트리니타)에 이어 올해 또다시 대형 스트라이커를 배출했다. 아시아축구를 호령했던 카리스마와 86, 90년 두 차례 월드컵에 출전했던 경험을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전수해주고 있는 것이다.

변감독은 "주영이는 기술 면에서 나무랄데 없지만 체력과 근성이 부족했다.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켰더니 힘도 좋아지고 근성도 붙었다"고 훈련 과정을 설명했다. 박주영도 "감독님에게서 드리블 돌파 기술과 함께 자신있게 경기에 임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드리블과 패스가 일품인 정경호(2학년)도 '한국의 호베르투 카를로스'라는 별명을 얻으며 쑥쑥 자라고 있다. 재능 있는 선수를 키워내는 재미에 빠져 있다는 변감독은 "좀 더 경험을 쌓은 뒤 프로팀을 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속초=정영재 기자, 사진=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