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엽, 넌 할 수 있어…부담감 줄이고 실투 기회 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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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 수립 여부는 결국 상대 투수의 실투(失投)를 놓치지 않고 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의 오 사다하루(왕정치)는 이승엽에게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그러나 자신이 바라는 볼이 들어오는 '순간'만큼은 결코 놓치지 마라"고 충고한 바 있다(본지 9월 23일자 S1면).

이승엽을 상대하는 투수들의 공통된 심리는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스트라이크존에 최대한 가깝게 던져 다급한 이승엽이 걸려들기만을 바랄 뿐이다.

LG의 양상문 투수코치는 "팬들이 요구하는 정면승부가 무조건 맞혀주라는 뜻이 아니지 않느냐. 투수가 타자를 속이는 것이 평소다운 승부일 수 있다. 어떤 투수라도 부담스러운 경기에서 홈런을 맞으면 그 상처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승엽에게는 승부구가 확실한 대형투수보다 신인급이나 변화구 투수들이 더 어려운 상대다. 이승엽은 지난달 28일 대구경기를 마친 뒤 "투수가 위축되면 오히려 스트라이크를 못 던져 내가 칠 기회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지난주 삼성과 4연전을 했던 기아의 박철우 타격코치는 "이승엽이 긴장한 탓인지 방망이 타이밍을 놓친다.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승호 전 삼성 타격코치는 "상체가 앞으로 쏠려 방망이를 빨리 닫는 바람에 땅볼 타구가 많다"고 했다. 구경백 경인방송 해설위원은 "이승엽과 투수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승엽이 이기려면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 대신 내 스윙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압박감을 털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종문 기자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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