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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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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선 외국인 투자는 한국에 많은 득을 가져온다. 한국에 유입되는 해외 자본과 기술, 선진경영기법은 한국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된다. LG경제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창출된 일자리의 20%는 외국인 직접투자로 인한 것이었다.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잠식한다는 것도 지나친 우려다. 세계 1위 기업인 월마트가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많은 사람이 대성공을 예상했다. 하지만 10년도 되지 않아 월마트는 한국 기업에 자리를 내주었다. 프랑스의 까르푸 역시 한국 기업에 매각됐다.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은 외국 기업을 압도한다. 포털 사이트 분야에선 토종기업 네이버.다음이 세계적인 포털 업체를 따돌리며 국내 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은 공식 스폰서인 현대자동차의 차를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한다. 사람들은 삼성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LG전자 TV를 통해 경기를 본다.

이렇듯 개방된 시장경제 아래에서도 체질 개선에 성공한 한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세계 굴지 기업들과의 승부에서 압승을 거두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도 세계 일류 기업들로서 외국 기업들과 나란히 경쟁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외국자본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주관 부서인 산업자원부의 노력은 아일랜드가 FDI를 유치해 유럽의 경제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커다란 기여를 했던 산업개발청(IDA)과 비견할 수 있다. 보다 매력적인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한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한국투자관(Invest Korea Plaza)을 건립했다. 경영자문과 정부 서비스 안내를 위한 것이다. 자유경제구역을 선정해 투자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생활 개선을 위해 외국인 학교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들도 진행하고 있다. 해외 투자설명회(IR)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산자부의 미국 IR에 동행, 지난주 워싱턴.뉴욕.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다. 한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져 그동안 암참이 참여했던 어떠한 IR보다 성공적이었다.

미국은 한국에 직접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1962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으로 유입된 해외 투자액의 30%가 미국에서 들어왔다. 양국 정부는 지난달 워싱턴에서 한.미 FTA를 위한 첫 협상을 마무리하고 오늘부터 서울에서 2차 협상을 벌인다. 양국 정부 및 재계 모두가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FTA가 체결되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FDI가 한국으로 유입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멕시코의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에 따른 득과 실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큰 그림으로 봤을 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부터의 FDI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함에 따라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역내에서 한국과 경제력을 겨루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다. 한국과의 FTA를 선점하기 위해 서로 손을 내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바로 지금이 한국이 속력을 낼 수 있는 적기다. 한.미 FTA 협상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미국 재계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지금이야말로 대한 FDI를 유치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잡는 자만이 최고가 될 수 있다. 한국 국민 특유의 근성과 저력을 토대로 이번 기회를 성공적으로 활용해 또 한번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면 어떨까.

웨인 첨리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