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옛날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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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정일근(1958~ ) '옛날자장' 전문

추억처럼 옛날도 힘이 된다
울산 달동 사거리 자장면 집에서
손으로 두들겨 뽑은
옛날자장에 불현듯 식욕이 솟는다
자장면이 희망이었던 옛날처럼
남루도 돌아보면 따뜻하게 그리워지는데
슬픔도 흘러가면 빛나는 무늬가 될 수 있는데
자장보다 옛날이 더욱 먹음직스러워
그리운 옛날에 코 박고 먹는 옛날자장 한 그릇
사람에게 상처받아 쓸쓸한 오늘도
살다보면 옛날이 되어
힘이 될 날이 오려니



1950년대에 내가 코박고 먹던 '옛날자장'에서 '옛날'에 초점을 둔 이 시는 그대로 전체가 한가닥 향수와 신명이고 또 먹음직스럽다. 특히 '남루도 돌아보면 따뜻하게 그리워진다'는 말이 내게는 가깝게 다가온다. 나는 고등학교.대학 시절에 자장면을 좋아했지만 마음대로 사먹을 돈이 없었다.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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