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13. 반도체 설비업체 에스티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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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노승민(左) 에스티아이 대표가 클린룸에서 생산 공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신동연 기자

자동차.정보기술(IT)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다.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PDP.LCD 등 평판 디스플레이는 LG필립스LCD와 삼성SDI가 각각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현 위치에 오르는 데엔 관련 설비 산업의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1990년 전후만 해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설비 대부분은 일본 등에서 수입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국산화로 수입대체를 이룬 것은 물론,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이런 기업의 대표주자로 97년 설립된 에스티아이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반도체.LCD 제조 공정에서 연마나 세척에 필요한 화학약품을 자동 공급해 주는 중앙화학약품공급장치(CCSS)를 처음 국산화했다. CCSS는 가정집 수도처럼 반도체.LCD 제조업체엔 꼭 필요한 설비다. 하지만 일본 스미토모.미쓰비시 등이 100% 장악하고 있던 시장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일본 제품의 비싼 가격과 느린 애프터서비스를 불편해 하면서도 국산 제품을 선뜻 믿어주지 않았다. 이들 업체를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게 노승민(49) 대표의 일과가 됐다. 이러길 두어달. 삼성전자로부터 첫 일감이 들어왔다. 일본 회사가 설치한 장비를 보완하는 10억원짜리 프로젝트였다. 이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주문이 잇따르기 시작했다.

창립 첫해 1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99년 90억원, 2002년 292억원, 2004년 71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2004년에 워낙 설비투자를 많이 한 반도체.LCD업체들이 주문을 줄인 탓에 매출이 처음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주문이 다시 느는 추세여서 지난해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가 처음 수출에 나선 것은 2003년. 그 동안 대만 AUO.CPT, 중국 BOE-OT.IVO, 말레이시아 퍼스트실리콘 등에 설비를 팔았다. 현재 일본 스미토모.미쓰비시, 미국 BOC 등과 경쟁하며 세계 CCSS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생산품목을 다양화하고 필수 소재를 생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전 직원 230명 중 30명에 이르는 석.박사급 인력들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에스티아이는 최근 반도체 미세회로를 만드는 컬러필터현상기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아주 얇은 휴대전화 등에 들어가는 LCD를 1㎜ 이하의 두께로 고르게 깎는 식각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 특허 73건, 해외 특허 6건을 갖고 있다. 노 대표는 "원화 강세와 공장 증설 등으로 다소 떨어진 수익성을 신기술 및 제품 개발로 보완하고 중국 등 신규 시장 개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성=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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