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서 푸대접받는 방청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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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방송국에 가본 사람은 누구나 방송 관계자들의 고자세와 방송국의 높은 문턱으로 푸대접받고 있음을 느낀다.
국내 방송국에서 방청객들이 받는 이러한 푸대접을 외국에서 방청객들이 받는 환대와 비교한 글을 자유기고가 장철민씨가 『MBC 가이드』 7월 호에 발표했다.
장씨는 방청객을 『수동적으로 방송사가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기보다 직접 프로그램 제작을 지켜보고 참여하기도 하는 능동적 시청자』라고 정의하고 『방청객은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외국의 경우에는 방청객들을 대접하기 위한 엔터테이너가 있어 갖가지 서비스를 제공해 주며 방청객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다.
방청객을 위한 일종의 사회자라고 볼 수 있는 엔터테이너는 본격 촬영에 들어가기 전 대기 시간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방청객들에게 프로그램의 주제 및 관련 정보, 제작의 뒷 소식 등을 들러준다.
또 촬영 도중 생기는 막간에도 앞에 나와 방청객들의 질문에 답하거나 재담을 늘어놓는다.
방청객에 대한 엔터테이너의 이 같은 서비스는 제작을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제작사의 이미지를 높이는 훌륭한 기능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 방송국에서는 이러한 환대를 받을 수 없다.
프로그램에 온 손님으로 대접받기보다 원치 않는 객식구로 취급된다. 제작자들에게 방청객은 프로그램 화면에 몇 커트 들어가거나 뒷 배경 같은 도구에 불고하다.
방청을 원하는 사람들은 하루 전에 방송국을 찾아가 줄은 서서 초대권을 얻어야 하며 다음날 스튜디오에 나가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방송 관계자들이 이 시간을 위해 서비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제작팀들은 녹화나 생방송의 안전을 위해 청원 경찰들을 복도마다 배치해 놓고 「방청의 룰」을 지키지 않는 일부 극성 팬들을 좇아내기까지 한다.
이제 우리도 방청객들의 위치를 새롭게 가름해야 한다. 방청객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대접이 「방송 민주화」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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