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메이커 기세…석유는 약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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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판도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출액의 덩치에 따라 세계 5백대 기업을 골라 뽑은 바에 따르면, 88년에도 87년에 이어 자동차·정유 업종의 대기업들이 상위권을 거의 다 주름 잡고 있으나 GM(미)·포드(미)·도요타(일) 등 자동차 메이커들은 순위 갱신을 하며 더욱 기세를 올린 반면, 로열 더취 셸(영)·모빌(미)·BP(영) 등 석유 메이저들은 순위가 조금씩 밀리며 상대적 약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컴퓨터·전자 등 첨단 기술 업종의 대기업들이 강한 도전세를 보이고 있어 IBM(미)·GE(미) 등 양사가 상위 10위권 안에 포진, 미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88년 세계 1백대 기업의 명단만을 놓고 보면 이중 미국기업이 39개, 일본기업이 15개, 서독기업이 12개씩 올라 있어 산업 대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기업으로는 삼성그룹(24위), 대우그룹(46위) 등 단 2개만이 1백위 안에 올랐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포천이 한국 측 조사원을 통해 기업 결산 자료를 모을 때 삼성과 대우는 그룹 전체로, 현대·럭키금성 등은 개별 기업별로 자료를 뽑는 등 통계의 일관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기업을 제외한 세계 5백대 기업의 랭킹에는 한국기업이 모두 11개로, 삼성그룹 (15위)·대우그룹 (30위)·선경그룹 (93위)·쌍룡그룹 (1백35위)·현대자동차 (1백74위)·효성그룹 (1백90위)·금성사 (2백6위)·현대중공업 (2백27위)·호남정유 (2백84위)·두산그룹 (3백86위)·럭키 (4백45위) 등의 순서가 매겨졌다.
이처럼 통계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긴 하나, 어쨌든 포천의 미국 제외 5백대 기업 랭킹에는 일본기업이 1백59개로 단연 많고, 2위가 영국으로 74개, 3위 서독 53개, 4위 프랑스 39개 등의 순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세계 속에서의 위상을 단순히 위와 같은 「순위」로만은 가늠할 수 없는 것이, 예컨대 한국 기업 중 으뜸으로 꼽힌 삼성그룹 전체의 88년 외형은 2백73억8천6백만 달러로 단일 기업으로서 세계 2위에 오른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88년 외형 5백7억8천9백만 달러의 절반을 약간 넘을 뿐이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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