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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증 문질러봐요” 술집들의 미성년 퇴치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1월 25일 오전 3시쯤 대구 달서경찰서에 “음식점에서 청소년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이 상인동에 있는 해당 음식점으로 가보니 구석에서 미성년자 6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을 귀가 조치했고, 관할 달서구청에서는 업주 이모(50)씨에게 청소년 보호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01년생→00년생 위조해 실컷 먹고 #술값 안 내려 자진신고 늘자 고육책

업주 이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전에도 5번 정도 방문해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서 이씨를 속인 데다가 술값을 내지 않으려 ‘자진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영업정지 중인 가게 앞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새벽 2시 넘어들어와서 25만7000원어치 술 마시고 자진신고한 미성년자들 보거라. 걍 돈 없다 죄송하다 하지…’ 등의 내용이었다.

이씨는 지난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에는 위조된 신분증인지 몰라 허락했고, 이번엔  내가 아파서 가게를 비운 사이 직원이 확인하려 했는데 이들이 ‘전에도 몇 번 온 거 봤지 않느냐’며 항의를 해 어린 직원이 넘어갔다”며 “25만원어치면 작정하고 먹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건 당일 4명이 술을 먹다 2명을 더 불러 메뉴 13개를 시켰다. 이씨는 “가게에 이들만 있었기에 ‘먹고 돈을 안 내기 위해 직접 신고했는지 확인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으나 돌아온 건 학부모 한 명이 ‘미안하다’며 건넨 20만원뿐이었다”고 말했다.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신고 당일에는 가게에서 신분증 확인을 안 했기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얘기한다. 업주들끼리 위조 신분증, 자진신고 위험이 있는 미성년자를 경고하기 위한 단체 카카오톡방이 있을 정도다. 이씨가 공개한 단톡방에는 업주들이 위조된 신분증 사진을 공유하고 있었다. 한 업주가 00년생 신분증을 손으로 문질러 보니 0 하나가 지워졌다는 내용이었다. 미성년자들이 주민등록증에서 숫자 1을 지우고 0을 임의로 쓴 신분증이었다. 01년생은 올해 만18세로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00년생은 성인으로 술을 마실 수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성년자 주류 판매로 적발된 업소 3339곳 중 78.4%(2619곳)가 청소년의 고의 신고로 적발됐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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