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미국 캘리포니아 … 머무는 여행의 깊은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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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캘리포니아

김영주 지음
안그라픽스, 263쪽
1만2000원

"여행의 이름을 내 식대로 하나 정했다. '머무는 여행'. 이렇게 규정짓고 나니 그 대가로 내게 자유가 주어질 것이라 확신했다." 여행 하면 바쁜 일정 속에 반드시 돌아봐야 할 코스를 빽빽히 집어넣고 목표를 120% 초과달성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에게 이 책은 별로 구미에 맞지 않을 것이다. 책은 "캘리포니아에 머물며 그 곳에 빠져드는 한 여행자의 '생각'과 '감성'의 기록"이다. 그만큼 역동적인 맛은 덜하다. 반면 "여행은 여행지에 섞이면서 그 곳 생활과 함께 조용히 흘러가는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이들이라면 동지를 만난 기쁨에 가슴이 뛸 지 모르겠다. 산타모니카를 거점 삼아 캘리포니아 지역을 잠자리처럼 자유롭게 섭렵하며 시나브로 그 곳에 스며들어가는 저자의 여행에서 대리만족을 느낄 터이니.

저자는 20여 년간의 잡지 기자 생활을 홀연히 접고 어느 날 여행가방을 꾸린다. 책은 2005년 11월과 200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자연과 도시가, 야생과 문명이, 동물과 사람이, 자유와 규율이 한데 뒤섞여 서로를 아끼고 도와가는 곳" 캘리포니아의 매력을 온 몸으로 흡수했던 기록이다. 감각이 은근히 느껴지는 사진들은 보너스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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