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되고서도 21년간 건강 "이상 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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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고서도 특별한 치료 없이 수십 년 동안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들 희귀 면역체계 환자는 '엘리트 컨트롤러(elite controller)'라 불리는데 전체 HIV 양성 반응자의 0.33% 정도로 추정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동성애자인 미국인 매트 트레이윅(46)은 21년 전인 1985년 에이즈 바이러스에 걸렸다. 이후 그는 아무 치료도 받지 않았지만 여전히 건강하게 살고 있다. 카이 브러더스(43)란 사람도 89년 HIV 양성 반응 통보를 받았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하버드대 의대의 브루스 워커 교수는 "이들이 어떤 이유로 면역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에이즈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엘리트 컨트롤러'들은 양성반응자라는 사실을 통보받은 뒤 오랫동안 절망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물론 지금도 언제 발병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브러더스는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몰라 두렵다"고 말했다.

에이즈에 걸린 그의 파트너와 가까운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그는 "절망감 속에 황폐해져 있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을 '생존자'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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