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나니 올수있게 됐네요" 1만5000명 참석한 盧추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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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 추도식 일인 23일 오후 경남 김 봉하마을 입구는 추도식에 참석하는 시민들의 긴 행렬이 줄지어 있다. 송봉근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 추도식 일인 23일 오후 경남 김 봉하마을 입구는 추도식에 참석하는 시민들의 긴 행렬이 줄지어 있다. 송봉근 기자

“10년째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추모객이 늘어나네요. 가족 단위의 추모객이 많아지고, 무겁던 분위기가 차분하게 바뀌는 것 같아요”

노무현재단 23일 추도식 1만5000여명 참석 #가족 단위 추모객 늘고 분위기 차분해져 #“복잡했던 마음 정화돼…내년에도 또 올 것”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 만난 시민 김미정(38)씨의 말이다. 직장인인 김씨는 연차를 내고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는 “세상 살기가 힘들다 보니 노 전 대통령을 그리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진다”며 “봉하마을에 오니 마음이 편안해져 좋다”고 말했다.

23일 노무현재단 봉하마을 사업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열리는 추도식에 1만5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묘역 옆 추도식장에 비치된 3000여개의 의자는 이날 정오쯤 만석이 됐다. 자리를 잡지 못한 추모객은 주변 산등성이와 인도에 앉아 추도식을 지켜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식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추모식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송봉근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식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추모식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송봉근 기자

80대 노부와 함께 처음으로 추도식에 참석한 김미아(48)씨 “그동안 마음이 너무 아파서 추모식에 올 수가 없었는데 10년이 되니깐 아픔이 무뎌져 올 수 있게 됐다”며 “아버지도 10년이 지나니깐 같이 가보자 하시더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오전 9시 열차를 타고 온 김씨는“봉하마을이 이렇게 외진 곳인지 몰랐다”며 “봉하마을에 오니 노 전 대통령의 깊은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들이하듯 찾은 가족 단위의 추모객이 많았다.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온 김정관(40)씨는“회사에는 연차를 내고, 자녀 학교에는 현장가정체험을 신청해서 다같이 왔다”며 “대한민국 역사에 이런 대통령도 있었다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 아들인 건우(마전초 3년)군은“추모식장이 너무 크고 사람들도 많아서 놀랐다”며 “모든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에서 3시간 걸려 추도식에 참석한 신비송(32)씨도 3살, 4살짜리 자녀와 함께 했다. 그는 “아이들이 밖에 나갈 수 있는 나이가 된 데다가 평소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해왔기 때문에 추도식에 왔다”며 “정의를 외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기분이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 추도식 일인 23일 오후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한 한 시민이 노무현 대통령 등신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 추도식 일인 23일 오후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한 한 시민이 노무현 대통령 등신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직장 선후배 4명이 연차를 함께 내고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추도식에 4번 참석한 박병준(47)씨는“정치에 무관심한 후배에게 정치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함께 왔다”며 “추도식에 오니 복잡하던 마음이 정화되는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세상이 힘들어질수록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이들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씨 권유로 처음으로 추도식에 참석한 허지성(30)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분위기가 무겁지 않고, 추모하는 이들이 많아서 놀랐다”며 “내년에도 참석해서 노 전 대통령을 좀 더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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