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위험 항로 변경 협의…국민 안전 경시 비난 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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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도 대피령을 내리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는 정부가 당분간 위험 해역인 ‘캄차카 반도→동해 항로’ 대신 ‘태평양→일본 횡단 항로’로 우회하는 방안 등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안전본부의 한 관계자는 7일 정부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이미 항공기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었던 순간을 지난 때늦은 대응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시 북측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 포착하고도 동해상공을 지나던 우리나라 여객기에 대피령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정부는 특히 미사일 발사 전에는 물론 발사된 뒤에도 항공사나 선박회사 등에 아무런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북한이 지난 5일 새벽 첫 미사일을 발사하기 20여 분 전, 미국 시카고 발 인천행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미사일이 떨어진 동해 상공의 위험지역을 지났지만 항공사는 정부 당국으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여객기에는 승객 223명과 승무원 12명 등이 탑승해 있었다.

그 뒤로도 뉴욕에서 오는 KE 082, 애틀랜타발 KE 036, 워싱턴발 KE 094, 시카고발 KE 038 등 네 편의 대한항공 여객기가 미사일이 발사된 부근 항로를 지났던 사실이 확인됐다. 탑승객 숫자를 모두 합치면 1100여명이나 됐다.

정부는 또 미사일 발사 시도 움직임 속에서 지난 3일 감청을 통해 북한이 자신들의 어선에 대해 출어 금지를 통보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미사일 발사 때 동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우리 선박에 주의를 주지 않았다.

북한은 자기들 어선에 대해선 3일부터 출어(出漁) 금지를 비밀리에 사전 통보하면서 주변국에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회에서 “이미 지난 3일부터 북한의 출어금지 명령을 감청을 통해 알고 있었다”고 했다. 자기들은 알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는 어떤 위험도 알리지 않은 셈이다.

당시 280여 척이 부근에서 조업 중이었던 일본 어민들은 미사일 발사 후 5시간이 지난 8시53분에야 긴급대피령을 발령했다고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응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런 긴급대피령 같은 것을 사전에는 물론 미사일 발사 위험이 여전한 6일 밤까지도 하지 않았고 실제 북한은 첫 번째 무더기 발사 후 12시간 만에 미사일 한 발을 동해로 더 발사했다. 【서울=데일리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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