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 중국 찾아간 김정은…시진핑 쌀·비료 공짜로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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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검색된 대북 무상지원 시점과 규모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검색된 대북 무상지원 시점과 규모

지난해 4월 촬영한 단둥 외곽의 화위안(花園) 물류센터 전경. 가림막을 설치해 내부를 볼 수 없게 차단했다. [사진=신경진 기자]

지난해 4월 촬영한 단둥 외곽의 화위안(花園) 물류센터 전경. 가림막을 설치해 내부를 볼 수 없게 차단했다. [사진=신경진 기자]

 중국이 지난해 7월 102만 달러(12억 1300만원) 상당의 쌀 1000t을 북한에 무상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북 쌀 지원은 2011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대북 무상 지원 품목과 액수는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의 북·중 무역통계에 기재됐다.
중국은 지난해 쌀 외에도 질소 비료 총 16만2000t, 5502만 달러(약 654억원)어치를 5월부터 10월까지 나눠 무상 지원했다.
중국의 대북 무상 지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세 차례(3월 25~28일, 5월 7~8일, 6월 19~20일) 중국을 방문한 직후에 이뤄졌다. 중국의 무상 지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직후인 2012년 북한의 체제 안정을 위해 1억2310만 달러 상당의 옥수수와 질소비료를 지원한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북·중 관계 악화를 대북 원조 삭감으로 표현한 셈이다. (그래프 참조) 여기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본격화되고 유엔의 대북 제재가 전면적으로 진행된 2017년에는 무상 원조 액수가 공식적으로는 ‘0’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를 깨고 중국이 지난해 무상 원조를 재개한 것은 김 위원장 방중에 대한 선물이자 북·중 관계 정상화를 대내외에 과시한 조치로 풀이된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해관총서에 기재된 중국의 대북 무상 지원 규모 추이. [단위: 달러]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해관총서에 기재된 중국의 대북 무상 지원 규모 추이. [단위: 달러]

특히 쌀 외에 대량의 질소 비료를 지원한 것은 북한의 곡물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지난해 중국의 대북 쌀 지원량 1000t은 많은 물량이 아니지만, 비료의 경우 16만2000t은 북한이 한 해 조달하는 75만t의 약 20%에 해당하는 비중이자 2012년 비료 지원의 약 네 배 정도 되는 규모”라며 “북한이 지난해 곡물 수급과 작황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풀이했다. 정 연구위원은 “북·중 간에는 해관에 기록하지 않는 비공식 지원도 과거에 상당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 사이에는 연간 최대 300만t 공급이 가능한 송유관이 유엔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올해 들어 3월 통계까지 아직 무상지원이 기재되지 않았다”며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을 전후로 지난해에 필적하거나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어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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