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로 만나자"는 황교안 요구에 靑 "대화 자체를 깨려는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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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 제안한 여야 5당 대표 회동이 난항을 겪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단독 회담”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한 뒤 벙커(위기관리센터) 방문을 제안해 직접 안내했다. 당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불참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한 뒤 벙커(위기관리센터) 방문을 제안해 직접 안내했다. 당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불참했다. [사진 청와대]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2일 중앙일보에 “문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 관련 회동을 제안한 데 대해 야당에서 의제를 넓혀달라고 요구해 ‘수용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그런데도 한국당이 단독회담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대화를 거부한다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5당 대표 회동을 통해 시급한 사안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그 이후 한국당이 요구하는 단독회담도 논의해볼 수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전날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과의 회담은) 당별로 1대1로 하면 된다. 그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대1 영수회담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황 대표는) 정당 정치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날도 경북 영천 은해사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께서 진정한 대화의 의지가 있다면 제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며 단독회담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은 권력의 길과 통치의 길을 잃었다”며 “저의 민생 행보에 대해 좌파세력들의 터무니없는 견제도 많지만 대비할 겨를이 없다”고도 말했다. 그는 7일 부산을 시작으로 '민생 투쟁 대장정'을 진행 중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말인 11일 대구 문화예술회관앞에서 열린 대규모 '문 스톱' 규탄집회에서 연단에 오르고 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의 5당 대표 회담 제안에 대해 '1대1 영수회담'을 역제안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말인 11일 대구 문화예술회관앞에서 열린 대규모 '문 스톱' 규탄집회에서 연단에 오르고 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의 5당 대표 회담 제안에 대해 '1대1 영수회담'을 역제안했다. 뉴스1

청와대 관계자는 “황 대표의 요구는 자신의 몸값만 높이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황 대표와 한국당을 지속해서 설득하겠지만 (여야 대표) 회동 자체를 마냥 미루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017년 7월과 9월 북한의 핵실험 등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두 차례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지만,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의 불참으로 4당 대표들만 참석했다. 홍 전 대표는 당시 “비교섭단체와 함께 하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다”며 불참했다. 다만 지난해 3월 3번째 여야 5당 대표 회동 때는 별도의 단독 회담을 약속받는 조건으로 참석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해 아베 일본 총리와 회동 당시 고개를 숙였다는 논란에 대해 ’대통령을 만나도 그 정도 목례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이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해 아베 일본 총리와 회동 당시 고개를 숙였다는 논란에 대해 ’대통령을 만나도 그 정도 목례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이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와 관련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조계사 봉축법요식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이 별도로 제안한 여ㆍ야ㆍ정 상설 국정 협의체 재가동에 대해서도 “원내 교섭단체 대표가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들로 구성되는 협의체에서도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을 제외하라는 요구다.

한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님, 황 대표의 단독면담 요구를 수용하라”며 “원하는 대로 해줘야 국민이 ‘역시 대통령은 다르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과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김대중 대통령과 단독회담 중 탁자를 쳐서 커피잔이 넘어져 여비서가 도망갔다. 문을 박차고 나왔다’고 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이번에도) 황 대표와 배석자 없이 만나 설득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국민께 황 대표가 직접 발표하라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 등이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장외집회를 하고 행진하고 있다. 뒤편으로 태극기와 성조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 등이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장외집회를 하고 행진하고 있다. 뒤편으로 태극기와 성조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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