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세금 빼내고 부당해고' 시위했다가…명예훼손 '유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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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세금을 빼돌리고 부당 해고했다’며 시위한 70대에게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제기한 의혹이 가짜인 게 명백할 경우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양모(72)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던 양씨는 2014년 4월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교통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회사의 지시도 듣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양씨는 법원에 해고 무효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회사의 부당 해고를 규탄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회사와 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회사가 세금을 착복했다’는 표현도 현수막에 담았다. 자신이 받았던 부가세 감면분 지급 명세서와 회사가 구청에 제출한 명세서 내역이 달라 회사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챈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양씨는 회사 대표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명세서 내역이 차이 났던 건 계산 방식의 문제였을 뿐 회사가 돈을 빼돌린 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후 회사는 양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법정에서 양씨 측은 ‘부당 해고’는 자신의 의견 표현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믿고 있었으므로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세금 착복’ 표현 역시 명세서 내역이 달라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혹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양씨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미 양씨 해고가 부당하지 않다고 법원이 판결했는데도 ‘부당 해고’라 써 붙인 건 고의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금 착복’ 주장 역시 경찰에서 사실이 아니라 했는데 양씨가 단정적으로 표현해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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