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전에 '홍콩특구'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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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접한 중국 선전(深)의 경제특구 내에 홍콩 기업을 위한 별도의 공업특구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홍콩 기업이 중국의 선전에 공장을 건설해 운영하되 중국 측이 공장 부지와 도로.철도.전력 등을 제공해 양측 모두 일자리를 늘리자는 구상이다. 또 특구에서 만든 제품에 대해서는 홍콩과 중국이 모두 관세를 물리지 않고 이 제품을 외국에 수출할 때는 '메이드 인 홍콩'으로 표기해 상품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패션 의류.시계.전자 등 홍콩 제조업의 경쟁력이 되살아날 전망이다.

아시아의 최대 부호인 리자청(李嘉誠) 창장(長江)실업 회장은 지난 27일 베이징(北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만나 "홍콩과 선전의 접경에 특별 공업구를 건설하면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다. 홍콩 재계의 수퍼맨(超人)으로 불리는 李회장의 건의에 대해 중국은 물론 홍콩 정부도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胡주석은 "홍콩은 국가의 통일.발전의 구도에서 중요한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며 "홍콩의 위상은 과거보다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우이(吳儀)부총리 등이 배석해 홍콩 재계의 거물급 인사 20여명을 집단 면담했다. 홍콩 언론들은 "중국의 지도층이 앞으로 홍콩 경제의 회생을 돕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으로 피력했다"고 전했다.

李회장은 홍콩에 돌아온 뒤에도 "2년 전부터 공업특구 건설을 구상해 왔다"며 "홍콩.선전의 윈-윈 게임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특구 건설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의 자본.경영 기법과 중국의 기술.인력이 결합하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경제는 1997년 시작된 불황으로 실업률이 8%(약 30만명)를 넘어 정치.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李회장이 둥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장관을 거치지 않고 胡주석에게 직접 홍콩의 제조업 부흥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홍콩의 명보는 "홍콩의 황강(黃崗)과 뤄마저우(落馬洲)의 사이에 있는 약 30만평이 공업특구의 부지감으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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