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노대통령과 김근태, 어떤 딜을 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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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과 김근태

지방선거전 당지도부의 일원이었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위기에 처한 당을 살리기 위한 대의에 의해 당의장을 맡았다고는 하지만 김근태 당의장이 책임의식과 일말의 양심이 있었다면 선거참패에 대해 총책임을 지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토사구팽되어 당의장에서 물러난 정동영 전 당의장과 함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김근태 당의장은 당의장 수락전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의장직을 수락한다는 말로 자신의 당권욕을 호도하고 비판여론을 잠재우는 영악한 정략적 제스춰로 며칠 눈치를 살피다가 전격적으로 당의장에 취임,집권당을 한손에 넣게 되었다.

김근태 당의장 체제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긍정적으로 기여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최소한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바와 같이 김근태 당의장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는 우호적이라기 보다 껄끄러운 관계다. 대선기간중 적극적으로 선거를 돕기보다는 뒷전을 맴돌며 소극적으로 일관한 점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계급장 떼고 토론해보자'고 맞짱뜨기로 각을 세운 전력이 그렇고 당의장 취임후에도 선거참패에 나타난 민심을 무시한 노대통령과 달리 '민심을 하늘같이 받들겠다'며 선거 참패원인을 민심이반에서 찾는가 하면 정부의 세제,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혀 청와대가 정책의 변화는 있을 수 없다며 일관성을 주장하고 나서는등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 당의장 계급장 달고나니 대선주자 계급장 욕심난 김근태

노대통령의 제도와 정책보다는 민심에 최우선을 두어 당을 운영하겠다는 김의장의 행보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으로 부터 전화 한통화 없고 신임지도부와의 상견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작부터 당.청관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없지 않았었다.

그러나 김의장 취임 20일만인 6월29일 저녁 청와대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노대통령과 김근태 신임지도부간의 상견례를 겸한 만찬은 마치 지방선거 참패 분위기를 즐기려 별렸기나 한것처럼 온갖 덕담이 전장의 빗발치는 총알처럼 난무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감동적 파티였다 한다.

국민들은 상견례를 갖는다 하기에 김근태 당의장이 대통령이 국정을 망쳐 집권당 사상유례없는 대참패를 당했다며 대통령 책임문제를 제기하고 민심이반이 원인이 된 주요정책의 타당성과 청와대의 오만방자함등 대통령 리더십,국정전반 실정과 관련'네가 틀렸고 내가 옳다'식 대논쟁을 벌여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려나 보다 기대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국민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수성찬에 잘못된 것은 지나간 것이니 서로 잘잘못을 들추어 기분망치기 보다 덕담으로 덮어 버리자며 미리 약속을 하였는지 여봐란듯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알려지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견례 분위기는 김의장과 지도부의 제안을 큰 틀에서 수용한 것으로 노대통령이 정리하였지만 투기와 관계없는 6억원 미만의 주택에 대해 서민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한것외에 국정난맥,민생경제파탄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 한가지 나온것도 없고 그렇다고 하여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한 국민을 향하여 진솔하게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없었다.
도대체 당의장 취임후 20여일동안 청와대와 김근태의장은 무엇을 조율하였단 말인가. 무슨 덕담을 나누고 선거를 패배로 이끌어 선거패배 책임을 정동영에게 뒤집어 씌워 정동영계를 토사구팽시키고 당을 명실상부한 노무현개인정당 김근태 바지사장 투톱체제로 확고히 하기 위해 대통령이 자기의도대로 당을 지키겠답시고 탈당절대 없음 선언을 하는 문제와 국민이 반대하는 김병준 전 정책실장을 교육부총리로 임명하는 것을 당이 지원키로 조율한 것외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 김근태 역시 해우소로 갈 노무현 정치소모품

노대통령과 김근태 신임지도부간 상견례가 선거참패에 대한 엄숙한 반성를 토대로 민심에 입각한 국정의 일대 쇄신을 다짐하는 자리가 아닌 덕담잔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상견례 하루전날인 6월28일 김근태 당의장의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충분히 예견되었다. 김의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탈당론에 대해 '대통령의 탈당은 책임정치의 요체인 정당정치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탈당은 안되며 노대통령이 성공해야 열린우리당에 기회가 오기때문에 노대통령이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도록 뒷받침할 것이다'며 대통령의 의도와 구미에 맞는 말을 쏟아냈다.

대통령과 당지도부간 상견례가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은 이러한 김의장의 충성발언에 대한 보답성격이 짙다. 김근태 의장의 선거패배가 총체적 국정실패,대통령 리더십의 한계가 아닌 부동산,세제정책으로 단순화,축소시킨 대통령 패배 책임무용론 대통령 탈당 절대반대,대통령 성공 뒷받침 발언은 노대통령의 탈당 절대없음 선언,당지도부 제안 수용으로 나타났다.

김의장이 의장 취임당시 서슬퍼렀게 각을 세우던 자세와 달리 대통령에 대한 충성발언에 이어 계급장 뗀 토론을 포기한 것은 장관을 역임하면서 권력에 대한 단맛과 함께 살아있는 대통령 권력의 무서움을 체험한데 따른 정략적 경륜이 쌓였기 때문이 아닐까.

김근태 의장은 정동영 당의장 토사구팽과 함께 급속히 친노정당으로 재편된 열린우리당의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분명한 만큼 대선주자라는 계급장을 하사받기 위해서는 당의장 계급장을 달고 있을때 대통령의 신임을 얻도록 명실공히 당을 대통령의 수족으로 만드는 충성심을 보이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음직도 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진정으로 민심을 두려워하는 김의장이라면 논쟁을 하더라도 민생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근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민심을 하늘같이 받들것'이라는 민심중시,'하나도 서민경제, 둘도 서민경제,셋도 서민경제'를 외치며 띄운'서민대책 본부' 밀어부치기가 순간의 위기를 피해 가기위한 정략적 립서비스,전시적 쇼맨십에 불과하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김근태 의장은 당의장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김의장의 위상은 정동영전 당의장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위기관리용 정치적 소모품 당의장에 불과하고 그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정략적 술수에 있어서도 노대통령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뛰어봤자 노대통령의 손안을 벗어날 수 없고 충성을 다해 당을 안정시켜 봐야 친노직계 유시민과 김두관을 위한 들러리,영남 대연정을 위한 마당쇠 역할 이상일 수가 없는 처지다.

따라서 김근태의장 역시 정치적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정계개편시 수도권,호남파가 고건 진영으로 합류하면서 당이 와해될 경우 책임을 물어 토사구팽 시킬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국구도 시나리오가 이처럼 눈에 보이는데도 대권에 눈이 어두워 정치적 속물근성으로 무장,대선후보 계급장을 차지하고 싶어 간과 쓸개를 내놓고 노대통령의 정략적 홍위병,마당쇠 노릇에 천착한다면 김근태의 정치생명은 국민들에 의해 조만간 끊어질 것이다.

김근태 의장이 정치인으로서 보여 주어야 할 것은 정치인 김근태의 존재가치였던 진정성을 되살려 국민을 감동케 하는것이지 국민이 주는 계급장이 아닌 정치적 탄핵을 당한 무늬만의 대통령이 홍위병,마당쇠 노릇의 대가로 주는 미끼용 모조품 계급장에 목을 매는 추잡스런 작태가 아니다.

민심을 중시하겠다는 김의장이라면 이러한 국민정서를 제대로 읽고 당장 정치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정치적 속물로 전락하여 정치고물 해우소로 갈 토사구팽 소모품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도를 걷는 용기있는 정치인 김근태의 진면목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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