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정치 행사 금지' 광화문 광장서 노무현재단 행사 허용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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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노무현재단이 신청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행사'에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내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자유한국당이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힌 데 대해 불허 입장을 밝혔다. 중동과 유럽을 순방 중인 박원순 시장은 지난 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광장을 짓밟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라며 자유한국당의 광화문 광장 사용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광화문 광장을 사용하려면 서울시에 '광화문 광장 사용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열린광장 운영 시민위원회'를 열어 이를 심사한 뒤 승인 또는 반려한다. 심사 기간은 통상 7일 이내다.

자유한국당은 광장 사용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신 전국순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광화문 광장 천막 농성이 저지된 건 서울시 조례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광화문 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정치적 목적으로는 광화문 광장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정치적 목적'을 해석하는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 서울시는 13일로 예정된 노무현 재단 행사가 정치적 목적을 갖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지난 3월 18일 허가를 내줬다. 한창옥 서울시 광화문광장관리팀장은 "3월 14일 13시 50분에 도착한 노무현 재단의 광화문 광장 사용 신청서 제목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로 적혀있다"라며 "신청서 제목이 문화제로 되어있고 신청내용도 사진전, 나눔행사, 시민단체 문화활동, 가수 공연 등으로 적혀있어 허가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허가 이유를 설명했다. 행사의 제목·내용이 문화제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목적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신청서 제목과 내용을 보고 내부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주체에 따라서 불허하는 것도 아니고 신청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특정 정당이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광화문 광장 사용 신청을 한다면 허용될까. 한 팀장은 이 질문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결정된다"라고 답했다. 이어 자의적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모든 법이 그렇지 않으냐"라고 답했다. 광화문광장 사용과 관련해 서울시가 '정치적 목적'이라는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의 경우 정당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정치투쟁을 하겠다고 말한 거라 정치적 목적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라며 정치적 목적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선 "그 판단은 특정인이 판단하는 게 아닌 서울시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 수정: 기사 본문 중 광화문광장관리팀장 이름을 한창오에서 한창옥으로 바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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