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강경… 발사 28분 만에 관저에 '종합 대책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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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비롯한 일본 수뇌부에 북한 미사일 발사 1보가 전해진 것은 5일 오전 3시52분. 발사 20분 뒤였다. 주일미군→일 방위청→관저 비서관을 통해서였다. 관저는 발칵 뒤집혔다. 정부 관계자들은 "도대체 몇 발을 쏘면 성이 풀린다는 거냐"며 당혹스러워했다.

오전 4시 고이즈미 총리 관저에 '종합 대책실'이 설치됐고 30분 뒤 아베 신조 관방장관, 아소 다로 외상 등 관계 부처 장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아베 장관 등은 관저로 달려온 토머스 시퍼 주일 미 대사와 회담을 하고,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어 고이즈미 총리는 두 차례 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에 최대한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북한의 의도가 어떻건 북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경고도 덧붙였다. 이어 여당은 물론 제1야당인 민주당으로부터도 신속하게 "정부의 대북 제재를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끌어냈다.

오후 1시쯤 고이즈미 총리는'12개 항목의 대북 조치'를 확정, 발표했다. ▶만경봉호의 일본 입항 6개월간 금지▶북한 당국자도 입국 금지▶북.일 간 전세항공기 운항 금지▶북한에 미사일 관련 물자 수출 엄격 관리 등이 골자였다. 미사일 발사 뒤 약 9시간 만이었다.

일본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틀 전부터 북한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방위청은 사실상 비상 근무에 돌입했다"며 "이미 도상훈련을 몇 차례나 했기 때문에 단시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 당시 허둥댔던 전례를 거울삼아 이번엔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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