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 "남북관계 평소처럼 유지할 수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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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반기문(사진) 외교통상부 장관은 5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 "남북 관계를 평소와 같이 유지해 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날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 4강 외교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6일 열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와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에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당국자의 설명을 바탕으로 구성한 반 장관과 주변 4강 외교장관 간의 전화통화 내용.

◆ 한.미

▶반 장관=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근본적인 도발 행위며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남북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

▶라이스 국무장관=미국이 주로 중국을 통해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매우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한국의 조치는) 6일 열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관련국 간에 상황을 알리고 긴밀한 협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반 장관=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동북아 방문을 환영하며 이달 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 라이스 장관이 오는데 한국을 방문하길 기대한다.

▶라이스=힐 차관보가 갈 텐데 북한에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상황이 악화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 한.일(※반 장관은 나머지 국가 외교장관에게 라이스 장관에게 했던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함)

▶아소 외상=한국 정부의 성명을 평가한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논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일본 측은 북한 당국자의 입국 금지, 만경봉92호의 입항 금지 등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의 불법에 대해 엄정 대처하고 북한 미사일을 엄중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한 한국과도 여러 면에서 협조하길 희망한다.

◆ 한.중

▶리자오싱 외교부장=중국 측은 냉정하고 자제심을 발휘해 평화적이고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6자회담을 재개할 필요가 있으며, 비공식 6자회담을 열기 위해서도 계속 열심히 노력해 나가야 한다.

◆ 한.러

▶라블로프 외무장관=한국 측과 같은 우려를 갖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논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문제가 심각해지거나 상황이 악화되기를 원치 않는다. 7월 말 ARF 때 다시 만나자.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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