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 언론 자유의 날 공동기고

언론 자유는 민주 국가의 필수적 요건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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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 대사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 대사

5월 3일은 ‘세계 언론 자유의 날(World Press Freedom Day)’이다. 언론 자유의 기본 원리를 기념하는 날이다. 1993년 UN 총회에서 처음 공포된 이래 매년 지구촌의 언론 자유 상황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적절한 때다.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부당한 외부 공격으로부터 언론을 보호하고, 취재 활동 수행중에 희생당한 언론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날이다. 올해는 26주년을 맞았다.

언론에 대한 적대와 비난 증가 #표현의 자유를 반드시 지켜내야

지금 언론 자유는 세계 곳곳에서 공격받고 있다. 2018년은 언론인에 대한 폭력과 학대가 가장 많이 자행된 역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국경없는기자회’(RSF) 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최소 80명의 언론인이 살해됐다. 348명이 감금됐다.

마이클 대나허 주한 캐나다 대사

마이클 대나허 주한 캐나다 대사

최근 몇 년간 언론인을 향한 적대와 비난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 그리고 범위를 더 넓게 본다면 표현의 자유는 효과적인 민주 국가에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국가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조직적으로 언론을 깎아내리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 매체를 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보면 심히 우려된다. 이런 움직임은 건강한 민주주의와 유권자를 위태롭게 한다. 만약 우리가 어떤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논의하고 토론할 수 있고, 부정·부패에 대해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국가를 원한다면 강력하고 독립적인 미디어를 보호하는 데 반드시 동참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점점 더 엄격한 법을 도입하고 독립적인 미디어의 기능을 막고 있다. 최근 유네스코가 131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가 축소되고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언론이 보도하는 뉴스에 대한 대중의 신뢰 수준의 저하로 이어지게 한다. 전통적인 뉴스 매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저하되면 잘못된 정보의 유포와 가짜 뉴스의 확산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처럼 자유 언론의 미래를 우려하는 입장에서 영국과 캐나다 정부는 7월 10~11일 런던에서 양국 외교부 장관이 공동 주최하는 첫 ‘언론 자유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로 했다. 우리는 언론의 자유에 강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국가들을 런던에 초청해 다 함께 언론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도출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번 콘퍼런스에 꼭 참석해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오늘날 한국엔 활발하고 다양한 미디어 영역이 있다. 하지만 검열로 인해 언론 자유가 위축되는 경험을 해본 나라이기도 하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영국인 어니스트 베델(裵說·1872∼1909)과 동료 언론인들, 그리고 일제의 제암리 학살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스코틀랜드계 캐나다 종군 특파원 프레더릭 매켄지(1869∼1931) 같은 초창기 저널리즘 개척자들의 역할을 떠올려본다. 그들은 권력의 탄압에 맞서 진실을 말하고 영향력을 발휘해 대한 독립 정신을 고양하는 데 도움을 줬다. 1980년대까지 한국의 미디어 환경은 권위주의, 정치적 통제 및 노골적인 검열의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이를 기억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민주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혁신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그 과정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고 우리는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함께한 파트너다.

우리는 자유 언론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올해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우리는 공동의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을 다짐한다. 언론인이 보호받고 자유 언론이 육성되도록 이전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 대사·마이클 대나허 주한 캐나다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