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화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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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난의 회오리엔 섬이 자주 흔들렸다.
아직도 나뉘인 아픔 잡힐 듯 서먹하지만
큰 소망 물살을 두르고 무늬 놓는 꽃자리.
왕골의 겉대에 물들이는 꿈의 자투리
촘촘한 손끝에서 물소리도 피워 내고
더러는 바다바람도 살짝 싸서 매어본다.
틀 앞에 둘이 앉아 세상살이 매운 얘기.
오순도순 정도 묶고 눈물 그도 싸잡아서
사랑의 무지개를 지르면 그 이름은 화문석.
전등사 경문 소리 자리마다 잦아 들면
그제야 학이 날고 비오리도 물살 가르고
솔바람 귓결에 얹고 희 자 위에 앉아본다.
문득 대청 위에 예 자 아홉 너를 펼치면
그 시절의 이조 선비 할아버님 기침소리·…·…
닷새 장 새벽 흥정에 안개 걷는 강화여.
※예자: 화문석의 길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섯 자의 뜻. <글·그림 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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