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 1.8% 바클레이즈 2.2%, 올 한국성장률 줄줄이 하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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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경제가 올해 1분기 -0.3%(전기 대비) 성장률을 기록해 쇼크에 휩싸인 가운데 대내외 기관들이 줄줄이 성장률 낮추기에 나섰다. 이에 정부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연간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지 주목된다.

1분기 -0.3% 역성장 후폭풍 #노무라 “수출 부진” 0.6%P 낮춰 #LG경제연도 2.5%→2.3% 하향 #정부 올해 성장전망, 낮출지 주목

일본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8%로 0.6%포인트 낮춰 새로운 충격을 안겼다. 한국은행의 전망치(2.5%)에 한참 못 미친다.

노기모리 미노루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4월 1~20일 수출이 반도체 수출 부진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감소했다”면서 “수출 부진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노무라가 주목한 또 다른 수치는 설비투자다. 설비투자가 전 분기보다 10.8% 줄었는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이다. 반도체 장비·자동차 등 기계류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를 먹여살리는 수출의 주력은 제조업이고 설비투자 대부분이 제조업에서 나오기에 설비투자 급감은 경제활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해외 기관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한국 성장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정부의 추경 편성에도 수출·투자 부진 등 하방 위험을 완전히 상쇄하기 어렵다”면서 종전 2.5%였던 전망치를 2.2%로 낮췄다. 호주 뉴질랜드은행(ANZ)이 2.5%에서 2.2%로, 런던 경제연구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도 2.0%에서 1.8%로 낮췄다.

앞서 LG경제연구원은 2.5%에서 2.3%로 낮췄다. 문제는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 부양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써도 하반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1분기에 정부 소비는 0.3% 늘었지만 설비투자(-10.8%)·수출(-2.6%) 등이 줄며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당장 1분기 성장률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한은이 전망한 상반기 성장률(2.3%) 달성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2분기까지 역성장이면 ‘R(경기침체)의 공포’가 퍼질 우려가 있다. 성장률 제고에는 ▶수출 회복 ▶반도체 시장 회복 ▶기업 투자심리 회복 등이 관건이다.

하지만 수출은 4월에도 회복이 더디다. 바클레이즈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석유정제 수출 약세와 중국 둔화 영향을 계속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단기에 수출 모멘텀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시장도 정부는 하반기에 좋아질 것(상저하고)이라 하나 실현될지 미지수다.

기업 투자심리는 얼어붙어 있다. 산업은행의 ‘설비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제조업 설비투자는 95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줄어들 전망이다.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정석완 선임연구원은 “경제 불확실성의 여파로 전 분야에서 설비투자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한국경제 해외 시각’ 보고서에서 “(정부) 복지지출은 뚜렷한 부양으로 이어지기 어려워 성장의 하방 위험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하반기에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상저하고’ 입장을 어떻게 수정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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