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성장 위협적이진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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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한국이나 미국, 일본을 추월하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 공산당이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할 만한 인민의 창의력을 모조리 고갈시켰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62)이 중국 공산정권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4일 서울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그의 신간 '중국이라는 거짓말-경제 성장의 장막에 가려진 중국'(문학세계사) 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다.

기 소르망은 파리정치학연구소 교수 출신으로 월 스트리트 저널, 아사히 신문의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최소 국가'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 등 20여 권의 스테디 셀러를 저술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년간 중국의 전역을 돌면서 반체제 인사부터 농민까지 수많은 중국인들과 인터뷰했다. 그 결과를 집대성해 이 책을 펴냈다.

책에는 매혈로 생계를 잇다 주민들이 에이즈에 감염돼 죽어나가자 아예 지도에서 삭제된 마을, 외국 기업을 유인하기 위해 '현지처'나 '매춘'에 조직적으로 동원되는 여성들, 겉은 번지르르해도 정화조가 없어 인근 강을 누렇게 물들이는 상하이, 검열과 통제에 묶인 대학 등 중국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관찰과 증언이 담겨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인구의 80%에 달하는 농민의 노동력을 착취해 그 부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농민은 학교도, 의료 시스템도, 행정 지원도 받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투자하면 경제 성장률 오름세가 둔화되기 때문이지요."

중국 정권은 농촌을 발전시키기 보다는 고립시켜 저가 노동자로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군사적.외교적 차원에서 국가의 힘을 키우기 위해 경제 발전을 선전용으로 써먹을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은 과거 한국과는 다르며 한국에 위협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북한을 몇 차례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중국의 식민지 같아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중국의 1960년대 인권 상황을 연상시킬 정도로 정치.경제에 변화가 없어 모두가 고통받는 상황입니다. 열쇠는 중국이 갖고 있다고 봅니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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