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임상시험 신뢰도 부쩍 높아지고 윤리논란 벗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황우석 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윤리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미국 밖에선 세계 최초로 우리 병원이 국제 인증을 받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어요."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이 AAHRPP(임상시험 실시기관을 평가.인증하는 비영리단체) 인증을 획득했다. 이번 국제 공인에서 산파역을 담당한 이 병원 IRB 위원장인 이석구(52.소아외과.사진) 교수를 만났다.

-AAHRPP는 어떤 기관인가.

"이 기관이 설립된 것은 2001년이다. 당시 미국 존스홉킨스대.듀크대 병원 등에서 임상시험 도중 참여자가 숨지는 사건이 계기가 됐다. 임상시험 참여자의 안전을 정부나 시험기관에만 맡겨선 안 되고 이해당사자인 민간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취지에서 세워진 것이다. 이후 5년간 이 단체의 심사를 통과한 기관은 하버드대 암센터, 뉴욕 시나이마운틴병원, 존스홉킨스대병원 등 39곳에 불과하다."

-AAHRPP의 인증을 받으면 어떤 수혜가 있는지.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가 높아진다. 윤리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세계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다국적 제약사가 이곳 인증을 선호한다. 따라서 국내 임상시험 수주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병원은 2004년 250건(107억원 규모), 지난해 370건(140억원)의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AAHRPP가 인증 심사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참여자의 인권을 얼마나 철저하게 보호하고, 자발적인 동의를 받고 있나가 심사의 핵심이다. 참여자에게 어떤 신약에 관한 시험이며, 가능한 부작용은 어떤 것이고, 부작용 발생 시 어떻게 보상하나 등을 알리고 동의를 구한다. 참여자 보호창구의 가동 여부, 임상시험 동의서의 용어가 어렵지 않은가 등도 점검한다."

-임상시험에 대한 요즘 한국인의 인식은.

"과거엔 실험동물인 '모르모트'를 떠올렸다. 임상시험은 남이 하고 신약이 나오면 내가 먼저 먹자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인식이 많이 바뀌어 참여자가 크게 늘었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생동성(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경우 건당 20~30명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참여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나.

"생동성 시험 참가자에겐 한 번 임상시험 장소를 찾을 때마다 20만~30만원을 보상한다. 약을 복용한 뒤 1~2일 임상시험 장소 내에 머물러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도중 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있나. 이 경우 보상은.

"임상시험 도중 참가자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시험을 즉각 중지하도록 돼 있다. 국내에서 시험 도중 환자가 숨진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환자가 숨지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에 대비, 스폰서(제약회사) 측에서 보험을 들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