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연습장·음악 감상실 … '아파트 지하' 럭셔리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지하층이 분양가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별 쓸모가 없던 지하층의 쓰임새가 많아졌고, 실제 건축비 범위 내로 가격이 제한되는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지하층 건축비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경기도 하남시 풍산지구에 분양된 고급연립 제일풍경채는 주민들이 취향에 따라 휴식공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멀티룸'으로 50평형의 경우 8.3~24평을 지하에 설치한다.

최근 청약을 접수한 풍산지구 우남퍼스트빌리젠트도 지하에 실내골프연습장.서재.음악감상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룸'을 가구별로 47평형의 경우 6.1~17.6평을 만든다. 우남퍼스트빌리젠트는 지하에 피트니스센터까지 만들 계획이다.

제일건설 관계자는 "지하를 활용하면 지상의 녹지공간을 넓혀 더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화성시 향남지구 동시분양에 참여한 화성은 가구당 주차 대수를 늘리기 위해 지하에 주차장을 다른 단지보다 많은 2개 층으로 만들었다. 이 아파트의 가구당 주차 대수는 1.4대다. 다른 단지의 경우 1.1대1 정도다.

하지만 지하층 활용은 공짜가 아니다. 우남퍼스트빌리젠트의 평당 분양가는 제일풍경채보다 100여만원 비싸다. 화성도 향남지구 내 다른 단지보다 최고 10%(평당 59만원) 높았다.

지하층 건축비가 분양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가격책정 기준에서도 지하층 건축비는 지상 건축비의 70%를 적용해 계산된다. 지하층이 넓을수록 건축비를 더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해 말 동탄신도시에서 풍성신미주는 사업부지가 경사져 지하층이 커지는 바람에 다른 단지보다 분양가를 평당 20만원 가량 더 받았다.

그러나 업체들은 실제로는 분양가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분양가는 대개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계산되는데 지하층 면적은 공급면적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공급면적에 지하층 면적을 합친 계약면적으로 계산하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단지의 계약면적은 다른 단지보다 더 넓어 우남퍼스트빌리젠트 40평형의 경우 제일풍경채의 같은 평형보다 계약면적이 12평 더 넓다.

우남건설 허재석 차장은 "지하층 때문에 분양가가 오르는 것 같지만 그만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커진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