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논술방] 연오랑 세오녀와 이상 천문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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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단열 (부산시 센텀초 4)

①연오와 세오가 일본으로 가자 해와 달이 빛을 잃고 그들이 보내준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자 신라에 해와 달이 빛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나온다. 옛날 사람들은 자연현상이 인간사와 관련이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연오와 세오의 표류는 동지이고 비단이 온 시기는 하지다. 하지만 6개월이 걸린다. 그렇게 오랫동안 해와 달이 어두운 건 말이 되지 않는다. ②보다 타당해 보이는 해석은 장마철이다. 연오와 세오가 일본에 갔을 때 신라에는 장마가 오고, 해와 달이 구름에 가려 몇 주 동안 보이지 않았다. 세오녀가 보낸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자, 때마침 장마철이 끝난다.

그러나 장마철에는 비가 심하게 오는데 ③이 이야기에서는 장마가 나오지 않는다. 심한 구름이 신라를 덮었다면 홍수가 났을 것인데 그런 이야기도 없다. 그밖에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일월식은 오래 가지 않는다. 게다가 일본 사람들도 일월식을 보아, 연오와 세오는 오히려 노예가 되었을 것이다.

가장 타당한 해석은 ③이 이야기는 자연현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④것이다. 오히려 어떤 사람이 바친 멋진 비단이 나라의 보물이 되고 그 비단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꾸며낸 허무맹랑한 ④-1이야기라는 것이다. 후대 사람들은 그 비단의 신기한 가치를 믿고 그 비단을 더 숭배했을 ④것이다.

*** 총평

창의력 돋보여 … 핵심 요약 능력 아쉬워

연오랑 세오녀 일본 표류, 신라의 해와 달 실종사건. 과연 언제 일어났는가. 1. 일월식 현상 2. 동지 3. 장마철 4. 절기랑 상관없다 등등 여러 주장이 펼쳐졌다. 물론 답은 없다. 학생들의 '이구동성'처럼 '천문현상을 인간사로 다룬 옛사람들의 자연신화'이기 때문이다. 단열 학생은 주장들의 맹점을 두루 살핀 사고력의 너비로 독창적 주장을 펼쳤다. 특히 널리 퍼진 상식 즉 '연오랑과 일월식 현상의 연관성'을 깬 근거(일월식의 시간적 짧음)가 돋보인다. 너무나, 너무나도 참신한 주장(비단숭배설화=연오랑 세오녀)도 압권이다. 단지 만파식적처럼 그 비단을 오늘날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말이다.

모호한 주어, 잘못 쓰인 조사, 겹문장이자 안은 절('~는')이 두 개나 되는 문장 ①은 비문인데다 너무 길다. "연오와 세오가 일본으로 가자 해와 달을 잃어버린 신라는 그들이 보내준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고 나서야 해와 달의 빛을 되찾는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다."로 써야 더 잘 읽힌다. ②는 '더'를 더해 "보다 더 타당한"으로 써야 맞다. 지시어(③)는 문장비만의 원인이다. 없어도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란 걸 알 수 있다. 글 전체적으로 '~것이다(④)'란 표현을 남발했다. 앞 문장에 대한 강조, 사실 확인, 주장 환기효과 등을 내는 '것이다'의 쓰임이 지나치면 글이 거칠어진다. ④-1을 "이야기일 수도 있다'로 하면 더 매끄럽게 굴러간다. 원래 분량을 많이 초과했다. 논제 요구사항을 어긴 거다. 핵심을 찌르는 요약능력을 기르길 빈다. 노만수 학림논술 수석연구원,

노만수 학림논술 수석연구원,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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