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질 듯 안 쪼개지는 미래당…당대당 통합 노려 탈당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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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의원은 7일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를 내린 당 지도부에 ’찌질함의 끝이 어딘지 참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의원은 7일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를 내린 당 지도부에 ’찌질함의 끝이 어딘지 참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이언주 의원을 둘러싼 바른미래당 내 갈등이 7일에도 이어졌다.

총선 앞두고 정계 개편 불가피 #개별 입당으론 공천 보장 어려워 #징계 이언주 “찌질함 끝 어딘지…”

이 의원은 지난달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손학규 대표를 두고 “찌질하다” “벽창호” 라고 말해 5일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사실상 차기 총선 출마 불가의 조치다. 상임위 역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산자위 간사직과 기업관련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특허소(소) 위원회 위원장직도 박탈됐다.

이언주 징계 파동뿐 아니라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손학규 대표-김관영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래 당내 두 축인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의 내분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최근에도 연동형 비례제 등을 골자로 한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여기에 4·3 재보궐에서 초라한 성적에 그치자 손학규 체제 존속을 두고 5일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선 “국민이 우리를 콩가루 정당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제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맞다”(이찬열 의원)는 말까지 나왔다.이제 정치권에선 ‘한 지붕 두 가족’인 바른미래당의 분열은 ‘시간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상이한 정체성, 낮은 지지율, 붕괴한 리더십 등의 이유에서다. 반면 바른미래당을 끌어 당기는 외부 원심력은 강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바른미래당은 당분간 쪼개지지 않고, 현재와 같은 어정쩡한 봉합 상태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 양측 모두 서로를 쫓아내려고 할 뿐, 스스로 나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즉 당은 사실상 시효를 마감했지만, 향후 보혁 통합 과정에서 유리한 협상 카드를 위해선 바른미래당이란 외피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바른정당계는 한국당과, 국민의당계는 민주평화당 혹은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 통합의 방법은 두 가지다. 당대당 통합, 아니면 개별 입당이다. 하지만 개별 입당은 녹록지 않다는 게 최근 사례에서 드러났다. 앞서 국민의당 출신인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민주당에 입당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유승민계 조해진 전 의원 역시 한국당 당협위원장 복귀를 시도했다 한국당 내부의 반발로 실패했다.

이제 남은 건 당 대 당 통합밖에 없다. 그렇다면 외형을 최대한 키워야 협상에서 몸값도 높아질 수 있다. 스스로 당을 박차고 나가기보다, 양측 공히 내부에서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지지부진한 내부 다툼이 꽤 오래 지속될 수도 있지만, ‘당대당’으로 통합해야 명분을 갖출 수 있고 공천도 확보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당계가 당장 민주당과의 통합이 어렵다면 민주평화당과 합당을 통해 일단 교섭단체를 만드는 ‘호남 독자세력화’ 시나리오도 부상하고 있다.  4·3 재보궐 전주 라선거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평화당이 민주당을 눌렀고,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제안에 평화당이 응하지 않은 게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조만간 평화당 의원과 만남을 갖고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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