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계약서는 '다운' … 매매도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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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실거래가 신고제 시행 이후 매매가를 실거래가보다 낮춰 만든 소위 '다운계약서' 작성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 매수자는 당장 취.등록세 등 거래세(매매가의 2.5%)를 조금 줄일 순 있지만 향후 부동산을 팔 땐 양도소득세(양도차익의 9~36%) 부담이 커져 굳이 다운계약서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반면 파는 이가 사는 이에게 양도세 부담을 떠넘기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부동산 거래가 다소 위축되고 있다. 바뀐 규정에 대한 홍보도 미흡해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거래가 신고제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들이다.

◆ 투명성 높아졌지만 거래는 위축=실거래가 신고 비율은 4, 5월 연속 90%를 넘으며 빠른 속도로 정착되고 있다. 서울 목동의 삼성부동산 오광열 사장은 "실거래가 신고 의무를 위반하면 거래 쌍방이 과태료를 무는 것은 물론 부동산 중개업자도 영업정지 등의 제재가 뒤따라 다운계약서 작성은 아예 생각조차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권대철 부동산정보분석팀장은 "실거래가를 속인 거래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실거래가 신고제가 솜방망이가 아니란 인식이 확산됐다"며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투기와 탈세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매도자들이 실거래가 신고로 늘어나게 된 세금을 매수자에게 떠넘겨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세금 부담 때문에 매도자들이 매물을 내놓기 꺼려 거래가 줄어드는 현상도 뚜렷하다. 올 1~5월 부동산거래 실적(필지 기준)은 109만19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12% 줄었다.

빌딩정보 제공업체인 신영에셋 홍순만 팀장은 "매도자가 양도세를 매수자에게 떠넘기면서 빌딩 호가가 높아지고 거래는 줄었다"고 전했다.

아파트 매매시장도 비슷하다. 지난달 입주가 시작된 고양시 풍동택지지구에서는 '분양가+프리미엄+양도소득세'로 매매가가 형성되고 있다.

실거래가 신고제에 대한 홍보가 미흡해 피해를 보는 이들도 있다. 서울 강남구 관계자는 "실거래가 신고를 '계약 후 30일 이내'에 해야 하는데 '잔금 지급 후 30일 이내'로 착각해 과태료를 부담한 이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달라지는 실거래가 신고제=이달 말부터 서울 강남구 등 전국 22개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선 실거래가 신고서(부동산거래계약 신고서)와 함께 주택구입자금 조달계획과 입주 여부를 기록해야 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단순 계획서여서 예정대로 자금을 조달했는 지를 검증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국세청이 투기단속 등과 관련한 기초자료로 계획서를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주택거래 허가제가 시행되는 셈이다. 양도세, 재건축 개발부담금 등과 함께 부동산 거래시장을 위축시킬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부동산 매수자는 '계약 후 30일 이내'에 자치구 홈페이지 또는 자치구를 직접 방문해 실거래 신고를 하고, '잔금 후 60일 이내'에 신고증을 가지고 등기를 마쳐야 한다.

또 지난 달부터 실거래가가 등기부등본에 기재됨에 따라 건교부는 이달 말 지역별.평형별 아파트 가격을 공개하고, 내년 초 동.호수별 가격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건교부는 신고된 모든 가격을 공개하는 방안과 실거래 건수가 일정 이상일 경우에만 가격을 공시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김준현.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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